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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붕괴’ 주장 속 핵 선결 고수…이란 중간합의안 거부·장기 교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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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29. 08:51

이란, 2015년식 단계 합의 제안…트럼프, 핵 선결 고수
미 재무부, 이란 추가 제재…호르무즈 통행료 지급 금지·中 정유소 거래 금융기관에 제재 경고
미 정보기관, 트럼프 '승리 선언' 시 이란 반응 분석
US-BRITAIN-ROYALS-POLITICS-DIPLOMAC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오른쪽)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된 국빈 만찬에 앞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두번째)·카밀라 왕비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이란이 '붕괴 상태'에 처해 있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그림자 금융망 관련 35개 단체·개인 제재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지급 금지 경고를 동시에 발령하며 대(對)이란 경제 압박 조치의 수위를 높였다.

이란은 미국의 항구 해상 봉쇄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휴전 기간을 무기·드론 재정비에 활용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대(對)미국 협상의 핵심 레버리지로 유지한 채 전쟁 지속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계산 아래 시간을 벌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장기전 우려 속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승리 선언' 시 이란의 반응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이란 협상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호텔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중재 하에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TV 화면을 캡처한 사진./EPA·연합
◇ 美 "핵 선결" vs 이란 "종전 후 핵" …2015년 합의식 단계 제안·트럼프 일단 거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방금 우리에게 그들이 '붕괴 상태'에 처해 있다고 알려왔다"며 "그들은 지도부 상황 해결을 시도하면서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란 측이 어떤 경로로 이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란의 즉각적인 반응도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란 지도부 내부의 분열을 외교적 교착의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미국 측의 정치적 프레이밍(framing)에 해당하며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로이터는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제출한 제안이 △ 전쟁 종결 및 미국의 재개 불가 보장 △ 미국의 이란 항구 해상 봉쇄 해제 및 호르무즈 재개방 협상 △ 이후 이란의 우라늄 농축권 인정을 전제로 한 핵 프로그램 논의의 3단계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때인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와 유사하게 핵 문제를 의도적으로 후순위에 배치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핵 문제를 모든 합의의 핵심 선결 조건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보팀 회의에서 이란의 제안에 불만을 표했다고 NY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키스탄 중재단은 이란이 수일 내 수정된 제안을 제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제안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낫다"면서도 제안을 전달한 당사자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해, 이란 지도부의 협상 권한을 둘러싼 미국 측의 불신을 드러냈다.

로이터는 개전 첫날인 2월 28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부상을 입은 아들 모즈타바가 그 자리를 승계하면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강경파 사령관들의 발언권이 커졌고, 이것이 이란의 협상 태도를 더 경직되게 만들고 있다고 이란 관리·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푸틴 이란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AP·연합
◇ 미 재무부, 35개 단체·개인 제재·수백억 달러 차단…中 정유소 거래 금융기관에 제재 경고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의 그림자 금융 시스템을 관리하며 제재 회피 및 테러 지원 명목으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 이동을 가능하게 한 35개 단체·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OFAC은 이 네트워크가 수천 개의 해외 유령회사를 운용하는 민간기업 '라흐바르(rahbar)'들로 구성돼 있으며 IRGC 및 이란군 총참모부와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되는 불법 자금이 정권의 지속적 테러 작전을 지원하며 미국 당국자와 지역 동맹국, 세계 경제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OFAC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구매하는 중국 산둥(山東)성의 민간 소규모 정유소인 '티팟(teapot) 정유소'와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이 상당한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주에는 이란산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헝리(恒力)석유화학에도 제재를 부과했다.

OFAC은 또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과를 위해 이란 정부나 IRGC에 통행료를 지급하는 행위가 미국인 및 미국이 소유·통제하는 외국 법인에 허용되지 않으며 비(非)미국인도 상당한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수년간의 경제 제재로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연계 해커들이 수백 명의 군인·관리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으며, 한 해킹 그룹은 해병대원 2000명 이상의 개인 정보를 유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를 조사 중이며 초기 징후는 유출 정보 중 적어도 일부가 진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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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경비정이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에파미노다스(Epaminondas)호를 나포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이란 원유 선적 72% 급감·폐탱크에 재고 적체…이란, 호르무즈 봉쇄 vs 미, 공습의 '레버리지' 비대칭

지난 13일 시작된 미군의 해상 봉쇄로 이란 경제의 생명줄인 원유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WSJ는 이란산 원유의 하루 선적량이 4월 14~23일 사이 56만7000배럴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2월 평균 200만 배럴 대비 72% 급감한 수치라고 보도했다.

팔 곳을 잃은 이란산 원유가 넘쳐나면서 이란은 노후화한 '폐기 탱크'를 임시 저장시설로 재가동하고, 철도를 통한 대중국 수출을 시도하는 등 인프라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한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케이플러(Kpler) 선박 추적 데이터와 싱맥스(SynMax) 위성 분석에 따르면 전쟁 전 하루 125~140척이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에서 최근 24시간 기준 단 7척만이 통항했으며, 그중 국제 시장을 향한 원유 수송선은 한 척도 없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전쟁에서 이란의 핵심 무기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이고, 미국의 무기가 공습인 구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 재개방을 핵심 전쟁 목표로 공언한 만큼 이란의 봉쇄 카드가 더 강한 레버리지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F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봉쇄가 중국행 선박을 사실상 제외하는 것으로 보이며 중국의 사실상 보호국(client state)인 파키스탄이 이란에 육로 무역 통로를 제공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란이 중국의 원유 수입 대금에 의존해 장기전을 버텨낼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산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을 실은 선박 무바라즈(Mubaraz)호가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선박 추적 데이터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란은 휴전 기간 개전 초기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매몰됐던 발사대·탄약·무인기 등 군사 장비를 복구하고 있어 전쟁 재개 시 전술적 비용이 휴전 초기보다 높아졌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하지만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부르스앤드바자르재단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만겔리지 최고경영자(CEO)는 NYT에 이란이 경제적으로 현재의 교착 상태를 '수주 이상' 버텨낼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합의도 전쟁도 없는 상태는 이란의 관점에서 취약성을 남긴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기자회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5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주최 만찬을 중단시킨 총성 사건에 관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를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왼쪽)·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켜보고 있다./AP·연합
◇ 미 정보기관 '트럼프 승리 선언 경우 이란 반응' 분석…트럼프 지지율 34%·중간선거 정치 리스크

휴전 장기화 속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할 경우 이란의 반응을 분석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미국 관리 2명과 소식통 1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개전 초기 정보기관들의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하고, 역내 병력을 철수할 경우 이란이 이를 자국의 승리로 볼 것이며, 미군 주둔을 유지한 채 승리를 선언하면 이란은 이를 협상 전술로 해석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 리즈 라이언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공보실장은 "CIA는 정보당국의 해당 평가 보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분석 착수 배경과 관련,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이 공화당에 심각한 정치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백악관 내부의 위기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입소스(Ipsos)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 임기 최저인 34%로 하락했으며(직전 조사 36%), 군사작전이 '비용 대비 가치 있다'는 응답은 26%,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한 명이 "이 같은 교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NYT는 26일 양측이 전면전의 비용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압박과 힘의 논리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채 상대가 먼저 지칠 때까지 버티려는, '전쟁도 평화도 없는(No War, No Peace)' 교착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UAE는 이날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에 기동성 있게 대응하고 기존 쿼터 제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했으며, 브렌트유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해 배럴당 111달러(16만3670원)를 넘어서 이번 주에만 5% 이상 올랐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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