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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 |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휴일 한밤에 대외 통상협상을 책임져 온 수장을 경질한 것이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도 아니고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경질 이유나 배경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후임자 지명도 없다. 여 본부장은 경질 하루 전인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에 정상적으로 참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회의에서 대미 통상 현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이 커진 게 경질 사유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결론적으로 그의 면직 사유가 대미 협상 등 현안과는 무관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하지만 여 본부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개인적 비위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5월 복지부 1차관이 돌연 경질됐을 때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온갖 추측이 나왔지만 지금껏 인사 배경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임명 5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물러났을 때도, 지난 6월 소방청장이 취임 90일 만에 물러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이런 '깜짝 경질'을 공무원의 기강을 다잡는 수단으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공무원 사회에 막연한 두려움만 키우고 근거 없는 억측만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물론 공무원 인사에 대해 '투명성'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여 본부장 같은 정무직 공무원의 경우 신상필벌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등을 국민이 판단할 정보 제공과 설명을 정부가 해야 한다. 이는 국민에 대한 예의다.
여 본부장 경질 직후인 16일 오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긴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 장관이 가더라도 대미 통상 사안의 모든 것을 챙겨오고 인맥이 두터운 여 본부장의 공백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카운터파트인 미국의 신뢰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과 기업의 불안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사 문제를 포함, 좀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