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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이 2000억원을 대출해 줘야 그중 1000억원에 대해 보증하겠다"는 조건을 언급했습니다. 앞서 민 의원이 "1000억원 보증 서류를 빨리 내라"고 요구하자 돌아온 답이었는데, 그로서는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일 만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홈플러스로 인해 많은 분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계신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이어진 협상에서 나온 건 사과가 아니라 조건이었습니다. 사과의 말과 실제 행동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MBK 측은 갑자기 말을 바꾼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회생법원이 의견을 조회했을 때 이미 냈던 의견이고, 법원의 회생폐지 결정문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민 의원과 다른 의원들이 격분한 지점은 '말을 바꿨다'는 건데, MBK는 처음부터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는 입장입니다.
MBK가 홈플러스를 살릴 의지가 없다는 점은 자명해 보입니다. 사실상 MBK는 홈플러스의 청산을 원하는 듯합니다. 다만 그 말을 대주주 스스로 입 밖에 낼 순 없을 것입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로서 거대 유통기업을 청산으로 내몰았다는 낙인은 향후 사업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대신 조건을 얹습니다. "메리츠가 더 많은 대출을 해줘야 한다" 같은 말들로 시간을 벌고 책임을 분산시키는 겁니다. 청산을 청산이라 말하지 못하고 협상이 어려운 이유를 늘어놓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연금도 이 사태에 얽혀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MBK가 운용하는 펀드에 약 2조6000억원 출자한 상태로, 최근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 이후 투자금 회수를 논의 중입니다. 보통 거대 출자자인 국민연금의 회수는 사모펀드에 치명적인 압박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닙니다. 오히려 MBK에게 홈플러스 정리라는 속내를 실행할 완벽한 명분을 쥐여주는 꼴입니다. 홈플러스를 청산하고 싶어 하던 MBK로서는 국민연금마저 손을 떼주면 '우리도 더 이상 버틸 자금이 없다'며 발을 뺄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셈입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책임도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도 지지 않을 방법 찾기에만 몰두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남은 카드는 국회 청문회뿐입니다. 사과의 말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으니 진짜 필요한 건 증언대에서 나올 구체적인 답입니다. 그 자리에서 무엇이 달라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청산 여부를 결정지을 회생폐지 항고 기한은 오는 20일,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