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기자의눈] 중국 바이오의 질주, 한국이 놓친 것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605010001906

글자크기

닫기

배다현 기자

승인 : 2026. 06. 07. 16:11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배다현
한국 대표 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R&D)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으로 향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 R&D 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현지의 우수 인재와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삼성이 시장 공략이 아닌 R&D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중국을 택했다는 점은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중국은 더 이상 값싼 생산기지나 거대 소비시장이 아닌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혁신 거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바이오 혁신의 중심지로 떠오른 배경에는 자본은 물론 인재와 기업, 기술이 모이는 생태계 형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글로벌 제약사의 R&D 거점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왔다.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해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바이오텍·투자사가 자연스레 한 공간에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내에 인재와 기술, 네트워크가 축적됐다.

규제 개선은 중국 기업의 신약 개발 속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임상시험 거점으로서 중국의 매력을 높여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촉진했다. 신약 심사 기간 단축 등의 규제 개선도 이를 뒷받침했다. 미국 제약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내 임상 1상 진행 속도는 미국 대비 평균 7개월이 빠르고, 비용은 30~50%가 저렴하다. 그 결과 2015년 4%였던 중국의 혁신신약 임상시험 점유율은 2025년 30%까지 증가했다.

한국 역시 뒤처진 국가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ING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국에 이은 '아시아의 두번째 혁신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시험 역량을 갖춘 도시 중 하나이며, 한국 기업이 지난 3년간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 수는 전 세계 총계의 약 10%에 달할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현재의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국은 다수 신약 파이프라인과 세계적 수준의 임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기업과 인재가 모일 수 있는 거점 구축은 더뎠다. 개별 기업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노력이 있었지만, 중국과 같이 글로벌 인재·기업·자본이 연결되는 산업 전반의 네트워크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규제 개선 속도 역시 발목을 잡았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던 한국의 임상시험 건수는 2025년 들어 첫 감소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ING는 한국의 임상시험 추진력이 정체된 것으로 보고, 규제상 어려움이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신약 개발 가속화를 위해 신약 허가심사 기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과 비교하면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다.

다행히 국내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 일라이 릴리는 국내에 개방형 혁신 플랫폼인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릴리가 해외 현지 기업과 협력해 인큐베이팅 거점을 구축하는 첫 사례로,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글로벌 시장과 접점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역시 규제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글로벌에서 가장 빠른 신약 심사'를 목표로 절차를 개선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의 질주는 단순히 더 많은 돈을 투입한 결과만은 아니다. 인재 유치와 글로벌 협력 확대, 규제 혁신 등을 아우른 생태계 육성 전략의 결과다. 한국도 이제는 개별 기업의 성과에 의존하기보다, 혁신이 축적되고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중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이 그간 놓친 것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할 때다.
배다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