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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대전시장 선거, 또 차악(次惡)을 골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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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진희 기자

승인 : 2026. 05. 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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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기자
대전시장 선거에는 일관된 징크스가 있다. 민선 1·2기 홍선기 전 시장 이후 대전은 현직 시장의 연임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다.

대전시장 임기가 번번이 단임으로 끝난 이유는 중앙정치의 바람이나 정당 지지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시민 입장에서 역대 시정이 재신임을 받을 만큼 미덥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이장우 시장은 재선에 도전하고 허태정 전 시장은 4년 전 패배를 설욕하는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까탈스럽고 무능 행정을 그냥 넘기지 않는 대전 시민들이 이번에는 어떠한 선택을 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딱히 잘한 것 없는 전현직 단체장들이기에 투표장에 나서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씁쓸하다. 그런데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들을 다시 공천한 것을 보면 여야 모두 인물이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시민들은 '그 나물에 그 밥' 격인 두 후보 중 차악(次惡)이라도 뽑아야 하는 선거를 강요받는 처지에 또 놓이게 됐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를 또 한 번의 체념 섞인 선택으로 넘길 수는 없다. 차악의 선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과거 성과를 내세우든, 현직 심판을 외치든 결국 증명해야 할 것은 행정력이다.

행정력은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 장기 표류한 대전의 숙원사업들은 이 도시 행정의 민낯을 보여준다. 트램, 유성복합터미널, 대전의료원 등 사업명은 달라도 반복된 장면은 비슷했다. 계획은 있었지만 속도는 더뎠고, 검토와 용역은 이어졌지만 책임은 흐렸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무산도 행정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통합의 찬반을 떠나,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의제가 충분한 공론화와 시민 설득 없이 정치권 셈법 속에 흔들린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오래된 현안도, 새로운 의제도 매듭짓지 못한 채 대전의 미래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이장우 후보는 '일류경제도시 대전'을 앞세워 성과를 말한다. 그러나 시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일류는 결국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트램 착공과 유성복합터미널 운영 개시는 분명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착공과 개통은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트램은 실제 개통으로, 유성복합터미널은 교통거점 안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재신임을 요구하려면 남은 과제의 순서와 재원, 책임까지 답해야 한다. 행정력은 행사장 사진이나 발표가 아니라 시민이 이용하고 변화를 체감할 때 증명된다.

허태정 후보도 심판론 뒤에 설 수만은 없다. 민선 7기 시정구호는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였지만, 시민이 체감한 새로움이 충분했는지는 돌아볼 일이다. 대전의료원과 트램 예타 면제를 성과로 말한다면, 왜 그 이후 속도는 더뎠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다시 기회를 요구한다면 과거의 한계를 먼저 말하고, 이번에는 어떤 우선순위와 실행 방식으로 달라질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비판보다 복기가 먼저고, 심판론보다 달라진 실행계획이 먼저다.

이번 선거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약속이 아니다. 과거 성과의 주인을 가리는 공방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오래 미뤄진 현안을 어떤 순서로, 어떤 재원과 책임 아래 풀 것인지 물어야 한다. 그 실행력이 대전의 미래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그 답이 없다면 이번 선거도 차악을 고르는 선거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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