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5평 월세 80만원”…고달픈 청춘 한숨 깊어진 대학가 원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18010004618

글자크기

닫기

전원준 기자 | 최은수 인턴 기자

승인 : 2026. 05. 17. 17:50

[르포] 대학 청년들 '주거 전쟁'
집주인 전세보다 월세 중심으로 재편
성균관대 인근 18% 올라 평균 74만원
청소비 등 관리비 오르며 부담 커져
"방값 낮추려면 반지하·좁은 평수뿐"
"다른 대학가보다 월세가 저렴해 보여도 집 평수나 컨디션까지 고려하면 부담돼요. 요즘은 물가도 올라 생활비 자체가 만만찮다 보니, 월세 수준이 저렴한 것 같진 않네요."

지난 15일 기자가 만난 서울 동작구 중앙대 인근에서 자취 중인 김모씨
(25)는 올해 초 원룸 재계약을 하면서 관리비 부담이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월셋값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퇴실 청소비 등 각종 비용이 추가되면서 매달 나가는 주거비 부담은 이전보다 늘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학가 원룸촌에서는 김씨처럼 월세보다 관리비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중앙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가에서는 원룸 월세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계약이 늘어나는 가운데 관리비까지 오르면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월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발표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보증금 1000만 원·전용면적 33㎡ 이하) 시세 분석에 따르면, 월세 상승률 상위 5개 대학인 성균관대·한양대·고려대·연세대·서울대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64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58만5800원)보다 9.8% 올랐다. 같은 기간 이들 대학을 포함한 서울 주요 대학가 10곳의 원룸 평균 월세도 62만2000원을 기록했다. 다방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평균 관리비 역시 7만8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5.1% 상승했다.

대학별로는 월세와 관리비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성균관대 인근 평균 월세는 지난해 62만5000원에서 올해 73만8000원으로 18.1% 올라 주요 대학가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관리비 역시 5만9000원에서 6만7000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중앙대 인근은 평균 월세가 지난해 52만7000원에서 올해 46만9000원으로 하락했지만, 관리비는 8만4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21.4% 올라 주요 대학가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학생들은 월세를 낮추기 위해 보증금을 높이거나 주거 환경을 감수하는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 중앙대 재학생 박모씨
(24)는 "이전에 거주하던 오피스텔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70만원 수준이었다"며 "4~5평 원룸도 보증금을 5000만원 정도 해야 월세를 30만원대로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는 6평 원룸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55만원인데 관리비와 생활비까지 더하면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쓰게 된다"고 했다.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도 상황은 비슷하다. 성균관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월세를 5만원 정도 올린 사례가 많다"며 "5평 원룸 월세가 80만원 수준까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과 월세를 낮출수록 반지하이거나 평수가 좁은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학가 원룸 시장에서도 최근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사기 우려와 고금리,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임대차 시장 전반에서 나타난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대학가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전월세 거래 27만9688건 가운데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는 약 69% 수준인 19만291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만1531건)보다 약 36% 증가한 수치다.

월세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 기간 서울 주택종합 월세가격 상승률은 0.63%를 기록하며 전월(0.51%)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상승률도 2015년 6월 통계 공표 이후 가장 높았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방식)가 어려워진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에 따른 세 부담과 금융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임대인들이 이를 월세와 관리비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시장에 나오는 전세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며"전세 가격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월세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라며 "결국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 주거비 부담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원준 기자
최은수 인턴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