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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없으면 지원도 없다…청소년 부모 복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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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5. 11. 21:03

대부분 복지 서비스 '전입신고'전제
미성년자는 전입신고시 후견인 동의 필요
출산·양육 지원과 직접 관련 없는 행정이 사각지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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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부모 동의 없으면 전입신고가 어렵습니다."

임신 20주차 10대 A양은 최근 청소년 지원주택에 입주했지만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 실제 거주지가 있었음에도 법정대리인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전입신고가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상 '주소가 없는 사람'이 되면서 임산부 바우처와 긴급 생계비 신청도 줄줄이 막혔다.

또 다른 10대 B양은 부모 반대로 집에서 쫓겨난 뒤 어렵게 임대주택을 구했지만 전입신고 단계에서 좌절됐다.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임신·출산 지원이 끊기자,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 대출까지 고민해야 했다.

청소년 부모가 전입신고에 막혀 복지 체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부분의 복지 서비스가 '전입신고'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전입신고가 안되면 복지 초기 진입이 차단된다. 청소년 부모는 세대주가 다르고, 주거가 불분명해 전입신고 자체가 어렵다. 전입신고가 확정되지 않으면 임신·출산 바우처, 산모 의료비, 긴급 복지, 공공임대주택 등 대부분의 지원 제도 신청이 막힌다. 출산 이후에도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가 다르면 산모·신생아 지원이나 아동 관련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부모 출생아는 5403명이다. 청소년 부모 상당수는 비정규직·무직 상태에서 출산과 양육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만큼 공적 지원 의존도가 높지만, 현행 제도는 오히려 이들을 행정 문턱 밖에 세우고 있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미성년자는 전입신고 시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하다. 청소년 부모는 가정폭력이나 갈등으로 부모와 단절된 경우가 많아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2024년 정부는 전세사기와 위장전입 방지를 이유로 전입신고 시 신분증 원본 확인과 서명을 의무화했다. 이후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 확인 절차가 더욱 엄격해졌다.

전문가들은 출산·양육 지원과 직접 관련 없는 행정 절차가 결과적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 부모는 경제적·주거 환경이 모두 취약한 집단인데, 정작 주소 등록조차 어려워 복지 체계 진입이 막히는 상황"이라며 "의도적 배제라기보다 제도가 이런 사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석 교수는 이어 "공적 후견인이나 지자체장이 임시로 법정대리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장치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 절차 때문에 청소년 부모와 영유아 지원이 끊기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장은 "청소년 부모는 이미 출산과 양육이라는 현실을 감당하고 있는데 행정 체계는 여전히 보호자의 통제 아래 있는 미성년자로만 보고 있다"며 "결국 가장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의료·생계 지원 접근 자체가 늦어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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