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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연준 ‘체제 전환’ 예고…독립성 공방 속 인준은 파월 수사에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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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22. 10:44

트럼프 '0% 금리' 압박에도 "금리 약속 없다"…'독립적 행' 강조
민주당, 인플레 프레임워크·자산·과거 판단 신뢰성 공세
공화 틸리스 '파월 수사 중단' 조건부 반대
5월 15일 파월 임기 변수
Senate Federal Reserve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AP·연합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는 2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워시 후보자는 인플레이션 판단 체계와 연준 소통 방식을 바꾸는 '체제 전환' 수준 개혁을 예고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이 제롬 파월 현 의장에 대한 수사 중단 전까지 인준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파월 의장 임기 종료일인 5월 15일 전 인준 완료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 워시 미 연준 후보자 "금리 거래 없었다"…트럼프 압박 속 독립성 공방

워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대통령은 어떤 논의에서도 금리 결정을 사전에 확정·약속·결정하도록 요구한 적이 없고, 나도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기한 '인간 꼭두각시(sock puppet)' 우려에 대해 "절대 아니다"며 "인준되면 독립적 주체로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워시를 '트럼프의 꼭두각시'라고 규정하고, 2020년 대선 결과 인정 여부를 반복해 물으며 독립성을 시험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워시는 직접 답변을 피한 채 "연준에서 정치를 배제하려 한다"고만 답했다.

이는 청문회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며 스위스 중앙은행의 0% 금리를 거론, 현재 연준 기준금리 3.5~3.75%가 너무 높다고 압박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가 취임 즉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 자체를 곧바로 독립성 훼손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통령들은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더 공개적으로 말할 뿐"이라며 "선출직 인사들이 금리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고 해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자동으로 위협받는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당신은 리더다. 연준의 도덕·윤리 기준과 경제 원칙을 세워야 하는데, '모두의 일'이라고 넘기면 결국 아무의 직무도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장면은 청문회 쟁점이 단순한 금리 전망이 아니라 차기 연준 수장의 책임과 기준 설정 문제로 확장됐음을 보여줬다.

워시는 동시에 "연준이 최근 5년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 탓에 정치가 그 방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취지로 말해, 연준 독립성 위협의 책임 일부를 연준에 돌렸다고 WSJ가 보도했다.

KEVIN WARSH HEARING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UPI·연합
◇ 민주당, 2007년 판단 소환…워시 신뢰성 검증

민주당의 공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상원의원은 워시가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초기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나쁜 이름을 얻은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대형 은행권의 즉각적 시스템 리스크를 보지 못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그때도 틀렸는데 지금 경제 이론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워시는 당시 자신이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에 대한 더 강한 감독을 주장했다고 방어했지만, 서브프라임 관련 기존 판단을 적극 변호하지는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이는 청문회가 단순한 정치 충성도 검증을 넘어, 워시의 과거 위기 판단 능력과 현재 정책 프레임 전환론의 신뢰성까지 겨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워시 '체제 전환' 선언…인플레 프레임워크 전면 재설계

워시는 2021~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을 '치명적 정책 오류'라고 규정하면서 연준이 5년 이상 2%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덜 문제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몇 년 전보다 가격 변화 속도가 덜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말했지만, 그 여파가 여전히 미국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고 다른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 중심의 대략적 접근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대규모 데이터 수집을 활용해 '기저 인플레이션율(underlying inflation rate)'을 더 정교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워시가 AI가 일자리와 물가에 미칠 영향도 새 분석 틀에 반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워시는 연준의 기존 소통 방식도 정면 비판했다. 그는 "내 동료들 상당수와 달리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믿지 않는다"며 향후 금리 경로를 사전에 제시해 시장 기대를 유도하는 기존 통화정책 방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너무 많은 연준 인사가 다음 회의, 다음 분기, 다음 해 금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미리 떠든다. 이는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연준 이사와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공개 발언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도 시사했다고 로이터·WSJ는 전했다.

Senate Federal Reserve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AP·연합
◇ 점도표·포워드 가이던스 비판…'연준 예스터데이'로 개혁 압박

워시는 연준이 분기마다 내놓는 금리 전망 '점도표(dot plot)'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연준이 사람인지라 그 전망에 필요 이상으로 오래 묶이게 된다"며 전망 중심 소통이 정책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NYT는 보도했다. 워시는 통화정책회의가 더 '지저분한(messier)' 토론의 장이 돼야 하며, 참석자들이 '미리 준비된 대본(rehearsed scripts)'을 들고 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는 연준의 실시간 결제망 페드나우(FedNow)에 대해서도 '페드 예스터데이(Fed Yesterday)'라고 비꼬았다. WSJ는 이 표현이 연준이 혁신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느리고 관료적이라는 비판을 압축한 것으로, 워시의 개혁 성향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핵심 발언으로 평가된다.

◇ 대차대조표 6.7조달러 축소론…공화당도 "AI 과장 경계"

워시는 6조7000억달러 규모의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며, 충분한 사전 신호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차대조표를 줄이면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면서도 단기금리 인하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급격한 축소는 자금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변경이 느리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일부 개혁은 연준 의장 단독으로 가능하지만, 더 큰 변화는 다른 18명의 정책결정자 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워시가 인준되더라도 구상이 곧바로 실행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워시의 논리가 모두 수용된 것은 아니었다.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워시의 'AI 생산성 기반 금리 인하론'에 대해 "AI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이야기는 주식과 기업공개(IPO)를 팔고 싶은 사람들이 퍼뜨리는 허풍(hype)일 수 있다. 조심하라"고 경고했다고 WSJ가 전했다. 워시는 이에 현 상황을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파괴적(disruptive)인 순간"이라고 다소 수위를 낮춰 설명했다.

USA GOVERNMENT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운데)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앞서 공화당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주)·마이크 라운즈(사우스타코타주) 상원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EPA·연합
◇ 공화당 틸리스가 쥔 인준 병목…재선 불출마가 만든 '자유 변수'

인준 절차의 최대 변수는 연준 청사 개보수 공사와 관련한 법무부(DOJ)의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다. 틸리스 의원은 석면 제거, 매립지 지반 보강, 자재비 69% 상승 등을 비용 초과의 정당한 근거로 제시하며 "이 수사가 중단돼야 당신의 인준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민주당이 전원 반대할 경우 공화당 1명만 이탈해도 인준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다. 로이터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틸리스 의원이 상임위 단계의 결정적 병목이라고 평가했다.

FT는 특히 틸리스 의원의 강경함을 그의 재선 불출마 선언과 연결해 해석했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노스다코타주)은 "재선에 나서지 않는 상원의원만큼 더 위험한 존재는 없다"며 "틸리스가 지금 그 전형"이라고 말했다.

FT는 틸리스 의원이 최근 공화당 내에서 반항적(rebel) 인물로 부상했고, 연준 독립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방어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가 최근 법무부의 연준 공사 현장 방문을 조롱하며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미국 코미디 3인조 '쓰리 스투지스(Three Stooges)' 이미지를 올린 점도 백악관과 법무부를 향한 그의 노골적 적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FT는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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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김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뉴저지주)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에게 질문하고 있다./AFP·연준
◇ 툰 공화당 원내대표도 파월 의장 수사 종결 촉구…트럼프 "워시, 백악관 옆방서 근무" 발언으로 반박

존 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청문회 뒤 "행정부가 이 수사를 빨리 마무리하고 새 연준 의장을 앞으로 내세울 준비를 할수록 모두에게 좋다"고 말했다. 인준 지연이 틸리스 의원 개인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공화당 지도부 전체의 부담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연준 청사 개보수 문제를 두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야 한다"며 수사를 계속 밀어붙였고, "케빈이 내 옆 백악관 사무실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그 건물은 완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고 NYT는 전했다.

파월 의장은 워시가 5월 15일까지 인준되지 않으면 자신이 임시로 의장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연준 이사직은 2028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 시장, 유가·지표에 반응…"워시, 인준 저해 발언 없어" 평가

청문회 당일 시장은 워시의 발언보다 강한 경제 지표와 유가 상승에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블룸버그는 미국 원유 가격이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고, 정책 민감도가 높은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최대 7bp 올라 3.79%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다고 전했다. 워시의 청문회 발언이 단기 금리 기대를 바꿔놓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다만 청문회 자체를 정치적으로는 큰 실수 없이 넘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 회계·컨설팅업체 RSM의 조지프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는 연준 '체제 전환' 구상을 지지하는 옹호자들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했고, 상원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인준 경로를 크게 훼손할 내용은 없었다"고 평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청문회는 워시의 향후 과제가 금리 방향 자체보다, 백악관 압박과 의회 내 반발, 파월 의장 수사 파장 속에서도 연준의 독립성과 정책 신뢰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을 보여줬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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