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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파월 ‘최후의 전쟁’… 금리 인하 압박 거부에 사상 초유의 형사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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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13. 06:08

미 법무부, '청사 리모델링 위증' 혐의로 소환장 발부
파월 "건축비는 핑계, 목표는 금리 통제"
옐런·버냉키 등 전직 의장단 "신흥국이나 하는 짓"
연준 독립성, '벼랑 끝'...금값 사상 최고치
Federal Reserve Independenc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5년 7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를 방문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연준 본부 리모델링 비용과 관련한 서류를 보여주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충돌이 '형사 수사' 국면으로 번졌다.

미국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을 겨냥해 대배심 소환장(grand jury subpoenas)을 발부하고 형사 기소 가능성을 시사하자, 파월 의장은 이례적으로 공개 영상 성명을 통해 '정치적 압박'이라며 정면 반격했다.

◇ 미 법무부, 전례 없는 소환장…파월, 2분 영상으로 '정면 돌파' 선언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의 소환장은 9일(현지시간) 늦게 도착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표면적인 수사 대상은 파월 의장이 지난 6월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연준 본부 리모델링 비용과 관련해 위증했거나 허위 진술을 했는지 여부다. 해당 프로젝트 비용은 당초 예산을 7억달러 초과해 25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일요일인 11일 저녁 연준 공식 웹사이트에 2분 분량의 긴급 영상 성명을 게시하고, 법무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수사가 건축비 문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연준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새로운 위협은 지난 6월 내 증언이나 연준 건물 개보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의회의 감독 역할에 관한 것도 아니다"며 "그것들은 구실(pretext)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 기소의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의향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대중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최선의 판단으로 금리를 결정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사퇴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공직은 때때로 위협 앞에서 단호히 버티는 것을 요구한다"며 "나는 상원이 인준한 이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동시에 법치 원칙을 강조해 '수사 자체'와 '수사의 동기'를 분리했다. 그는 "나는 법치와 민주주의의 책임성을 깊이 존중한다"며 " 누구도, 연준 의장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평소의 신중한 태도(studied neutrality)를 버리고 행정부의 압력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반격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평가했다.

모리스 옵스트펠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이제 핵 옵션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파월이 더는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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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 건물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모른다" 거리두기…백악관은 '무능' 공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NBC뉴스 인터뷰에서 소환장 발부 사실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연준에서 일을 잘 못하고, 건물을 짓는 일도 잘 못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법무부의 '독립적 판단'이라면서도 파월 의장을 정조준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파월이 범죄자인지 여부의 답은 법무부가 밝혀내야 할 것"이라면서도 "파월은 자신의 일을 못한다"고 주장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의 대변인은 "법무장관이 연방검사들에게 납세자 자금 남용 조사에 우선순위를 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 전직 연준 의장단 "신흥국식 통화정책"…공화당도 '인준 보류' 경고

이에 재닛 옐런·벤 버냉키·앨런 그린스펀 등 전직 의장 3명은 공동 성명에서 "이는 제도가 취약한 신흥국에서 통화정책이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반의 작동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법치가 최대 강점이고 경제 성공의 토대인 미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은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이 연준 독립성 종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 남아 있었는데, 이젠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이 법적 사안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관련 지명자에 대한 인준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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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모습./AFP·연
◇ 차기 의장에 경고장 성격…연준 독립성의 '역사' 소환

연준 독립성의 의미는 '역사'에서 분명해진다. AP통신은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를 1970~80년대 인플레이션 경험에서 찾았다.

1970년대 폴 볼커 당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실업률이 11% 가까이까지 치솟는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단기금리를 20% 가까이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독립적 연준의 가치를 보여주는 핵심 사례라고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평가한다고 AP는 전했다. 이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했던 아서 번즈 의장과 대조되는 행보였다.

WSJ는 이번 수사 본질이 파월 의장 이후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번 형사 수사는 궁극적으로 연준 본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권력에 관한 것"이라며 "트럼프는 법이나 법원이 뭐라고 하든 중앙은행을 장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WSJ는 "차기 연준 의장이 이 순간의 영향(shadow) 속에서 인준될 것"이라며 인준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하는데, 이는 "이 사람이 파월처럼 일을 하기 위해 기소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라고 전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트럼프는 연준이 의사결정에서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 것'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 시장, '독립성 리스크'에 반응…대법원, 연준 이사 해임 변론, 파월의 의장 임기 후 이사회 잔류 여부 영향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고, 안전 자산 선호 심리로 온스당 금 가격은 장중 46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등 위험회피 흐름이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향후 분수령으로는 대법원 일정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을 시도해 논란이 된 리사 쿡 연준 이사 사건 관련 변론이이 오는 21일 열린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5월 종료 예정이지만, 2028년 1월까지 이사회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는데, 대법원 판결이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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