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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다음은 탈모”…조 단위 시장 노리는 신약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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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6. 03. 30. 18:04

국내 제약사 임상 속도전…장기주사·신기전 병행
치료 패러다임 바꿀 ‘게임체인저’ 등장 여부 주목
탈모치료제
AI로 생성된 이미지.
제약바이오 업계가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탈모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약물 대비 효과와 안전성을 개선한 신약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탈모는 외모와 직결되면서 장기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비만 치료제와 유사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30여년간 신약 개발에 진척이 없어 기존 약물 중심의 시장 구조가 지속돼왔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게임체인저'가 될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탈모 치료제 임상 연구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JW중외제약의 JW0061이 국내 임상 1상을, 대웅제약·인벤티지랩의 IVL3001이 호주 임상 2상을 승인받으며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종근당과 올릭스 등 기업도 개발을 진행 중으로, 투약 주기를 늘린 장기지속형 제제와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 개발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두 약물은 현재 탈모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나 경구제 형태로 매일 복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1회 투여로 1~3개월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를 개발해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두 약물의 장기지속형 제제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도 출시된 바가 없어 상용화 성공 시 시장 선점이 기대된다.

개발이 가장 진척된 약물은 종근당의 CKD-843로 3개월에 1회 투여하는 두타스테리드 주사제다. 2024년 7월 임상 3상에 진입했으며, 연구 기간은 36개월로 예정돼 결과 발표는 빠르면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대웅제약과 인벤티지랩은 피나스테리드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1개월 1회 투여 제형인 IVL3001이 지난달 호주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3개월 1회 투여 제형인 IVL3002는 임상 1/2상을 준비 중이다.

JW중외제약과 올릭스 등은 새로운 기전의 탈모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기존 치료제가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는 모두 남성호르몬의 대사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성기능 관련 부작용과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 모낭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닌 탈모 진행을 늦추는 효과에 그쳐, 복용 중단 시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JW중외제약은 탈모 진행 억제를 넘어 모발 재생을 유도하는 신약 JW0061을 개발하고 있다. 모낭 줄기세포의 GFRA1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모발 성장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지난달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아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릭스가 개발 중인 OLX104C는 안드로겐 수용체(AR)의 발현을 감소시켜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 반응을 차단하는 신약이다. 지난해 12월 호주에서 임상 1b/2a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이 국내에 먼저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 코스모 파마슈티컬스의 클라스코테론이 탈모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효과를 입증하면서다. 클라스코테론은 기존 약물과 다른 기전으로 부작용 위험을 낮추면서도, 6개월 간 모발 수를 위약 대비 최대 5배까지 증가시켰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클라스코테론은 본래 여드름 치료제 '윈레비'로 승인된 약물로, 국내에서는 현대약품이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향후 탈모 치료제로 승인 시에도 현대약품을 통해 유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전 세계 탈모 인구는 약 10억명,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되며 점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탈모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나 외모와 직결되고 장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만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 이에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신약이 등장하면 시장이 급격히 팽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GLP-1 계열 신약 등장을 계기로 급성장한 것처럼, 탈모 역시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약이 등장하면 유사한 성장 경로를 보일 수 있다"며 "치료를 망설이던 잠재 수요까지 유입되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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