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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상약속 뒤 사라진 예산…양산시 원동 209호선 중단에 ‘허위보고’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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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3. 11. 10:48

생태자연도 규제 해소 뒤에도 “개발 어렵다” 시의회 보고 논란
보상금 5억원 편성해 놓고 주민들 모르게 4억6000만원 삭감
‘이면합의’ 의혹에 핵심 휴대전화 포렌식도 없이 경찰 불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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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 원동면 언곡마을 주민 이준현씨가 11일 양산시청 민원실에서 원동 209호선 도로개설공사 관련 내용을 일자별로 정리한 일기장을 공개하고 있다./이철우 기자
경남 양산시 원동면 언곡마을 주민들이 30년 넘게 요구해 온 원동 209호선 도로 개설 사업이 중단된 과정을 둘러싸고 양산시 공무원의 시의회 허위보고 의혹과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업 추진의 핵심 장애 요인이 이미 해소됐는데도 시의회에는 정반대 내용이 보고됐다는 주장에 더해 주민들에게 보상계획까지 공표한 뒤 예산을 몰래 삭감했다는 의문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행정과 정치, 수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원동면 언곡마을 주민 우준현 씨는 1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양산시가 주민들에게는 보상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해 놓고 뒤에서는 예산을 조용히 없애 버렸다"며 "행정이 의도적으로 사업을 중단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2024년 5월 말이다. 우씨에 따르면 양산시 건설도로과는 2024년 5월 28일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원동 209호선 사업 구간의 생태자연도 등급이 기존 1등급에서 2·3등급으로 조정됐다는 공고 사실을 통보받았다.

생태자연도 1등급은 자연보전 가치가 높아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지만 2·3등급은 상대적으로 개발제한이 완화되는 구간이다. 다시 말해 도로 개설을 가로막던 개발제한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생긴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뒤 열린 양산시의회 회의에서는 정반대 취지의 보고가 이뤄졌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24년 6월5일 열린 양산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건설도로과장은 "원동 209호선 구간이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라 개발이 어렵다"는 취지로 보고했다는 것이 우씨의 주장이다.

우씨는 "이미 등급 조정 공고를 받은 상태였다면 그 사실을 시의회에 설명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이를 알리지 않고 여전히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인 것처럼 보고했다면 허위보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보고는 곧바로 사업의 운명을 뒤바꿨다. 당시 보고를 사실로 받아들인 시의회는 원동 209호선 도로개설 사업 관련 예산 3억 원을 삭감했다. 예산이 줄어들자 사업 추진 동력은 급격히 사라졌고 도로 개설 사업은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들에 따르면 양산시는 이미 해당 사업과 관련해 토지와 주택 보상을 위한 손실보상금 5억원을 당초 예산에 편성해 놓은 상태였다. 보상금은 2024년 3월부터 12월 사이 지급되는 일정으로 계획돼 있었다. 편입되는 토지와 주택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한 뒤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양산시로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가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양산시가 개최한 주민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계획이 공개됐다. 주민들이 보관하고 있는 설명회 자료 및 용지조서에는 보상 대상 토지주 36명과 손실보상 추진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해당 자료는 개인이 만든 문서가 아니라 양산시가 직접 작성해 주민설명회에서 배포한 공식 자료라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보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기에 예산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양산시는 2024년 6월 7일 3억원을 먼저 삭감했고 같은 해 12월 3일 1억6000만원을 추가 삭감했다. 결국 당초 편성된 5억원 가운데 4억6000만원이 사라졌고 4000만원만 다른 경비 지출을 위해 남겨진 상태가 됐다.

우씨는 이 과정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업을 폐지하거나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면 다시 주민설명회를 열고 조례에 따라 공무원 입회하에 반상회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런 절차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산시는 주민들에게 이미 보상 일정까지 공개해 놓고도 정작 사업이 어렵다는 설명이나 설득 과정은 전혀 없었다"며 "주민 반발이 두려워 조용히 사업을 없애 버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더 커지는 이유는 이 같은 결정이 '깜깜이 예산 삭감'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보상 대상 토지주가 36명으로 확정되고 사업 추진 일정까지 공식 문서로 안내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예산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결국 주민들은 사업 중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법적 대응 시기를 놓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씨는 "양산시가 공식문서로 보상계획까지 설명해 놓고 뒤에서는 예산을 몰래 삭감해 버렸다"며 "이런 행정은 주민 입장에서 보면 구멍가게 행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업 중단 과정에서 '이면 합의 문서'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문서에는 "원동 209호선 사업은 실시설계 이후 중단하는 내용과 언곡 소하천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우씨는 이 문서가 양산시의회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 형태로 존재하며 한 지역 언론사 기자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을 자신에게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서 작성 과정에 일부 시의원과 특정 주민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사업 중단을 전제로 한 사전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서의 실체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양산경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로 지목된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디지털 포렌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부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씨와 변호인 측은 수사 과정에서 "이면합의 문서를 촬영한 기자의 휴대전화에 핵심 증거가 있다"며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을 수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휴대전화 확보 시도 자체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건은 핵심 증거 확인 절차 없이 종결됐다.

우 씨는 "살인사건에서 흉기가 있는데도 확보하지 않고 사건을 끝낸 것과 같다"며 "핵심 증거 확보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씨는 수사 결과에 불복해 재수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이번 주 중 경남경찰청 수사심의계에 이의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이의신청서에는 △핵심 증거 휴대전화 포렌식 미실시 △양산시 공무원의 시의회 보고 과정에 대한 수사 미흡 △이면 합의 문서 존재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 부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장종문 양산시 전 건설도로과장은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답변을 거부했다. 본지 기자가 전화로 당시 시의회 보고 경위와 생태자연도 등급 조정 공고 인지 여부 등을 묻자 그는 "이미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한 뒤 통화를 서둘러 종료했다.

당시 담당 부서 책임자의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으면서 여러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재 원동 209호선 도로 개설 사업은 멈춰 서 있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주민 숙원사업이 행정 결정과 예산 삭감, 그리고 각종 의문속에 중단된 가운데 행정적 판단이었는지, 정치적 개입이 있었는지, 그리고 경찰 수사가 과연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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