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하원, 법안 신속 처리...국제유가, 13년 8개월 최고치
러 의존도 큰 유럽, 수입 금지에 부정적
러, 한국 4대 원유 수출국...42억7000만달러어치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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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침략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은 더욱 봉쇄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유럽 동맹국들의 참여 없이 독자적으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하원은 이번주 중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미, ‘마지막 카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이번주 중 단행 가능성...미 상·하원, 법안 신속 처리 계획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화상회의를 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대한 지지를 모색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울러 백악관은 러시아산 수입 금지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의회 지도자들과 협상하고 있다. 이 법안은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금지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조치가 담겨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권한을 부여하고, 상무부 장관에게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참여 중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전날 서한에서 하원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법안을 검토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10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군사적 지원 법안을 이번주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당파 상원의원들은 지난 3일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법안을 발의했고, 상원은 이를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를 검토 중이라며 “현재 유럽 동맹과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 방안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는 러시아 경제에 결정타를 입힐 조치로 일찌감치 거론됐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직접적인 에너지난 가능성 때문에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다.
하지만 러 침략군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뿐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역까지 공격하면서 민간인 희생자 수가 급증하고 있고, 원자력 발전소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아 방사성 물질 누출에 따른 인류 재앙 가능성까지 나타나자 이 카드를 꺼내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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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낮은 것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 러시아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또 휘발유와 디젤 생산에 필요한 연료유 등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8%가량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연간 천연가스 필요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EU의 러시아산 수입 규모는 953억유로(127조5247억원) 상당으로 이 가운데 70%는 석유와 가스가 차지했다.
미국의 조치 고려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지만 이후 진정돼 전장보다 3.72달러(3.2%) 상승한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도 15.99% 오른 배럴당 137.00달러까지 상승했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 모두 2008년 7월 이후 13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미 휘발유 평균 가격도 전날 2008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약 3.8L)당 4달러(4906원) 돌파, 4.009달러를 기록했다고 미 자동차협회(AAA)가 밝혔다.
유가 급등세는 숄츠 총리가 러시아 에너지는 제재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다소 진정됐다.
◇ 러 에너지 의존도 큰 유럽, 러시아산 수입 금지에 부정적...숄츠 독일 총리 “하룻밤 사이 러 에너지 수입 중단 불가능”
숄츠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대체 에너지원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하룻밤 사이에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가 ‘상당히 검토되고 있다(very much on the tabel)’면서도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마르크 뤼터 총리와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석유에 대한 금지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러시아 탄화수소·석유·가스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되도록 빨리 벗어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들보다 그것을 좀 더 빠르고 쉽게 찾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존슨 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가 즉각적일 수 없으며 각국이 자국에 맞게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뤼터 총리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영국 일간 더가디언이 전했다.
◇ 러 부총리 “유가 300달러 이상 폭등...‘노르트 스트림-1’ 가스관 폐쇄”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 배럴당 유가가 3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것이라며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노르트 스트림-1’ 가스관을 폐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5대 원유 공급국인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일본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한국의 경우 러시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미국·쿠웨이트에 이어 4대 원유 수입국으로 약 792만t, 42억7000만달러(5조2600억원)어치 상당의 원유가 들어왔다고 로이터가 한국무역협회(KITA)를 인용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