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규 양산시의원이 체육회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현수막·인쇄물·트로피 등 전체 349건, 약 4억9500만원의 계약 가운데 극동인쇄사에 약 2억4000만원이 돌아갔다. 전체의 약 49%다. 거래 업체는 45곳이었다. 한 업체가 절반 가까이를 수주하는 동안 나머지 44곳이 나머지를 나눠 가진 셈이다. 김 의원은 해당 거래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만으로 부당한 계약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체육회장이 스스로 대표로 소개한 업체에 이만큼 발주가 집중됐다면, 선정 과정이 공정했는지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 이 업체였는가. 가격과 품질은 어떻게 비교했는가. 회장은 발주와 결재에 관여했는가. 체육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구체적이다.
정상열 회장의 해명은 그 질문에 미치지 못했다. 본지가 확보한 페이스북 프로필에는 '극동인쇄사 대표(CEO)'와 '양산시체육회 회장'이 함께 기재돼 있다. 인스타그램에도 체육회장 직함과 업체명이 나란히 올라 있다.
정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가 운영 안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운영자가 누구인지, 자신과 업체는 어떤 관계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SNS의 대표 직함을 현재도 확인할 수 있다는 질문에는 "저하고 상관없는 일인데"라고 답했다.
자신이 공개한 직함과 자신의 해명이 어긋나는데, 상관없는 일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는 없다. 운영하지 않는다면 대표로 소개한 경위를 설명하면 된다. 업체와 관계가 있다면 그 관계를 밝히고, 계약에 관여했는지는 자료로 확인받으면 된다. 짧은 부인은 구체적인 해명을 대신하지 못한다.
양산시도 정산 서류를 받았다는 설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성은영 시 체육지원과장은 보조금이 목적에 맞게 집행됐는지 확인해 왔다면서도, 전체 사업에 걸친 업체별 수주 규모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연간 70여 개 체육행사와 다른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의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정이 감독 공백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사업마다 지출 서류를 확인했더라도, 여러 사업에서 같은 업체가 반복 선정되는 흐름을 놓쳤다면 감독의 빈틈은 그대로 남는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만 확인하고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갔는지는 살피지 않은 것이다.
성 과장은 "동일 업체인 한 군데 몰아주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개별 계약의 위법성을 판단한 발언은 아니다. 다만 발주 편중을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은 드러난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라고 여기는 거래 집중을 왜 실제 지도·감독에서는 점검하지 않았는가.
수의계약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 절차 없이 같은 업체를 반복 선정했다면 그 근거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체육회장이 대표로 소개한 업체와의 거래라면 실제 이해관계와 의사결정 과정까지 확인해야 한다. 정산 서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의 공정성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김석규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증인 출석을 요청하고, 해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행정사무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체육회와 양산시가 감사 때까지 답을 미룰 이유는 없다. 계약별 선정 사유와 비교 견적 여부, 발주·결재 과정, 정 회장과 업체의 실제 관계부터 확인해 밝혀야 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의혹을 얼마나 강하게 부인하느냐가 아니다. 계약이 공정했다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하느냐다. 회장은 자신의 공개 직함에 답해야 하고, 시는 확인하지 않은 거래 집중에 답해야 한다.
'운영하지 않는다'는 말과 '정산을 받았다'는 말 사이에 약 2억4000만원의 거래가 놓여 있다. 그 거래의 공정성을 밝힐 책임까지 비워둘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