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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사나’ 자맥질 소리에 생명의 숨비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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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부두완 기자

승인 : 2026. 10.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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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추 출신 김숙희 작가, 14~20일 인사동 한국미술관서 개인전
해녀 어머니와 이모의 삶 담은 14점…대를 잇는 모성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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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김숙희 화백의 해녀작품(판화80*67cm 나무와 잉크) /작가 제공
그림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제주 출신 김숙희 작가의 판화에서는 '이어도사나'의 자맥질 숨비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물속으로 들어갔던 해녀가 수면 위로 돌아와 내쉬는 숨.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와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삶의 무게가 그 소리에 담겨 있다.

12일 아시아투데이를 만난 김 작가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에서 개인전을 갖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김 작가는 해녀의 삶과 가족의 기억을 담은 작품 총 14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의 어머니와 이모는 해녀다. 그는 이모의 숨비소리를 '바다가 허락한 생명'이라고 표현했다. 바다에 들었다 돌아올 때마다 동료와 물질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무탈함을 알리는 소리였다. 작가는 지금도 이모가 물질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그 생명의 숨결을 판화에 담아 서울로 파도를 옮겨온다.

제주의 풍경과 흔적을 유화로 그려온 김 작가는 해녀의 삶에 주목하며 판화로 표현의 폭을 넓혔다. 나뭇결 위에 놓인 검은 해녀의 형상은 어머니와 이모의 기억이면서 제주 여성들의 강인한 삶을 품는다. 결을 따라 흐르는 화면에서는 잔물결이, 갈라진 틈에서는 세월을 견딘 흔적이 읽힌다.

김 작가 역시 이제 어머니가 됐다. 해녀 어머니의 노동을 바라보던 딸이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가 되면서, 작품 속 숨비소리는 오늘의 모성으로도 이어진다.

오늘날 어머니들은 어머니와 이모처럼 바다에서 숨비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더 넓고 복잡해진 세상에서 자녀를 키우며 저마다의 긴 숨을 내쉰다. 생명을 담보로 물질하는 숨은 아니어도, 가족을 돌보고 자녀의 성장을 지켜내는 그 숨 또한 귀하다.

이렇게 작품을 읽으면 숨비소리는 제주 바다에서 오늘의 일상으로 번져온다. 바다에서 가족을 건사한 어머니, 그 모습을 기억하는 딸, 다시 어머니가 된 작가의 시간이 겹쳐진다. 김숙희의 판화는 제주 어머니들의 대를 잇는 숨비소리가 시대에 따라 어떤 색채로 넓어지는지 생각하게 한다.

인사동에서 만나는 해녀의 형상 앞에 잠시 머물면, 나뭇결 사이로 제주 바다가 밀려오는 듯하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살아 돌아온 해녀의 숨이자, 다음 세대의 삶을 보듬어온 어머니들의 오래된 호흡이다.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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