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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3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회담하고 있다./EPA·연합 |
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유럽 주둔 미군 전면 철수 가능성과 그린란드 통제 요구를 동시에 꺼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압박했다.
나토는 최소 500억달러(75조715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방산 계약과 사브 글로벌아이(GlobalEye) 조기경보기 선택으로 유럽 방위 역량 확대를 과시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이 미국의 지휘·화력·정보자산 없이 러시아를 억제하는 새 전쟁 방식(new European way of war)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유럽 미군 철수 거론…그린란드 통제 요구로 동맹 주권 갈등 재점화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개막 전날 저녁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리는 유럽에서 우리 군인을 모두 철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FT·로이터·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탈리아·독일·프랑스가 이란 전쟁 지원을 거부했다며 "우리가 수천억 달러를 쓰는데 그들은 왜 우리 편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정상회의 참석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유럽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탈퇴 위협 재개와 집단방위 약속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해 "덴마크가 아닌 미국이 통제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 함선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맞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디서나 잘 알려져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반발했고,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외교장관은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 국민이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튀르키예가 2019년 러시아제 S-400 방공체계를 구매한 이후 부과된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겠다며 F-35 전투기 판매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5대 판매를 약속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약속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튀르키예가 S-400을 보유하는 한 F-35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의회의 법적 제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AP가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CNN방송에서 튀르키예의 F-35 도입이 "중동의 세력 균형을 파괴한다"며 "튀르키예는 공격적인 야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나토, 75조원 방산 계약 과시…사브 글로벌아이 감시기 선택으로 미국산 의존 완화
나토는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방위산업 포럼에서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의 주도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방산 계약을 공개했다. 로이터는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계약 규모가 최소 500억달러(75조7150억원)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다만 AP는 행사 현장에서 구체적인 달러 수치가 공식 제시되지 않았고, 일부 사업은 기존 합의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주목되는 계약은 50년 된 나토 보유 보잉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14대 대체 사업이다. 나토는 미국 경쟁사 보잉의 E-7 웨지테일 대신 스웨덴 사브가 주도하고, 캐나다 봄바디어 기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아이' 감시기 최대 10대를 선정했다.
로이터는 이 계약 규모를 약 45억달러(6조8144억원)로 평가했다. 미카엘 요한손 사브 CEO는 대당 4억~4억5000만달러(6057억~6814억원) 수준에서 계약 체결 즉시 2030년부터 납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글로벌아이가 "나토 체제로 만들어진 진정한 성공 사례"라며 미국 산업의 핵심 기여가 포함된 범대서양 사업임을 강조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우회하려 했다.
이와 함께 노르웨이·핀란드·독일·덴마크 4개국은 미국 노스롭그루먼의 MQ-4C 트리톤 고고도 감시 드론 최대 5대 구매 의향서에 서명했다. 대당 약 2억7000만달러(4089억원)로 추산된다. 15개국은 에어버스제 공중급유·수송기 공동 구매에도 합의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프랑스·발트해 국가들을 포함한 약 12개 유럽 동맹국이 참여하는 10년간 500억달러(75조7150억원) 규모의 '심층정밀타격(DPS)' 구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FT가 전했다.
이 구상은 300km에서 2000km 이상 떨어진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기존에 발표된 무기 사업들을 하나로 묶는 것으로 스타머 총리의 세계 무대 마지막 행보가 될 전망이다.
◇ 미국, 여단·증원전력 축소…유럽은 폭격기·공중급유 공백 대체 난항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전력 감축이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유럽에 이미 배치된 육군 여단의 감축이고, 다른 하나는 위기 시 투입하기로 약속된 공군·해군 및 증원 전력의 축소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텍사스 포트후드에서 폴란드로 파견될 예정이던 기갑여단 배치를 취소하고, 독일에 배치 예정이던 장거리 미사일 대대 파견도 중단했으며 지난해 루마니아 주둔 보병여단 철수에 이어 추가 감축 가능성도 시사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발표한 6개월 유럽 군사 태세 검토는 "일부 나라는 통과하고, 일부는 탈락할 것"이라는 압박을 수반하며 유럽 동맹국들의 불안을 높이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유럽 주둔 미군을 7만60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진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통수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있어 입법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WSJ가 보도했다.
특히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공중급유 자산의 대체는 난제로 꼽힌다. 주한미군 및 나토 사령관을 역임한 커티스 스카패로티 예비역 육군 대장은 WSJ에 "미군 전력 변화에 불확실성을 주입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억제력을 보장하기 위해 변화는 즉각적이어서는 안 되고, 준비 없이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첼항공우주연구소 학장 출신인 데이비드 뎁툴라 예비역 공군 중장은 "지상 기반 장거리 화력은 보완할 수 있지만, 폭격기의 사거리와 역량에는 근접도 할 수 없다"며 "러시아처럼 거대한 나라를 상대할 때는 사거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공중급유기 부족 문제와 관련, 미국 전력을 대체하려면 연료 역량을 갖춘 비행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한 재래식 전력에 대한 미국 의존이 줄어들수록 나토가 미국 핵무기의 신뢰성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독일·영국·튀르키예 등이 참여하는 핵공유 체계에 폴란드가 가입을 원한다고 전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나토·러시아 정책 담당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셀레스트 월랜더는 "나토가 억제를 위해 재래식 전력에 덜 의존할 경우 동맹은 미국 핵무기 신뢰성에 더 의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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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론이 공격한 러시아 옴스크 정유소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모습으로 소셜미디어(SNS)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로이터·연합 |
◇ FT "유럽, 미국식 압도화력 포기 검토…우크라이나식 저비용 무기 흡수"
이처럼 유럽의 안보 홀로서기는 난제다. FT는 외교관·국방 관리·군 장교 10여 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유럽이 미국의 압도적 화력에 의존한 기존 나토 교리를 벗어나 독자적인 전쟁 방식을 고안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한 영국 고위 관리는 "미국식 전쟁은 압도적인 화력을 상대의 중심부에 투입해 싸울 능력을 박탈하는 것인데, 유럽은 그런 화력을 투사할 수 없다"며 "유럽은 방해하고, 딜레마를 만들고, 일종의 '고슴도치 방어(porcupine defence)'를 펼쳐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니 스트링어 나토 유럽연합군 부최고사령관은 6월 런던 왕립국방군사연구소(RUSI) 회의에서 "나토의 전술·작전 개념 사고는 1991년에 멈췄다"며 "걸프전 이후 35년을 다듬어왔는데 이제는 다른 뭔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루벤 스튜어트 지상전 선임연구원은 미국 없는 유럽군은 통합도가 낮아지고, 정보·감시 범위가 좁아지며 표적 선정 주기가 느려지고, 의사결정이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폴란드·루마니아·에스토니아 영공 침범 등 도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토는 폴란드 중북부 브이드고슈치에 우크라이나전 분석센터를 설치하고, 러시아 활공폭탄 탐지·파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FT는 우크라이나 교훈의 핵심이 저비용 드론·순항미사일의 혁신이라며 독일 방산업체 딜 디펜스(Diehl Defence)가 우크라이나 '플라밍고' 순항미사일의 독일 내 생산 협상을 추진하는 등 유럽 방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 기업과의 합작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담당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는 혁신적인 무기 공급이 현대전 교리 전체를 바꾼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했고, 한 유럽 고위 관리는 "우크라이나는 자신이 싸우는 전쟁을 알고, 적응·대응하면서 실시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포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매달 평균 3만명의 러시아군을 제거하고, 러시아 본토의 정유시설 등 에너지 표적을 타격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다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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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0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있다./AP·연합 |
◇ 방위비 증액에도 신뢰 부족…미국 없는 나토 지휘체계, 마지막 변수
미국과의 방위비 격차와 그 증액을 둘러싼 나토 회원국 내 균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군사균형 2026'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2025년 국방비는 9210억달러(1394조6703억원)로 다른 상위 15개국 합산에 맞먹으며 유럽 나토 주요국인 독일(1073억달러·162조4844억원)·영국(943억달러·142조7985억원)·프랑스(700억달러·106조원)·이탈리아(401억달러·60조7234억원)·폴란드(332억달러·50조2748억원) 합산액을 크게 웃돈다.
FT는 독일이 2029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국방비를 올릴 계획이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2030년까지 각각 2.5%·2.7%에 그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는 최근 150억파운드(30조3830억원) 규모 방위비 증액을 발표했으나 GDP의 3% 도달 시점은 확약하지 못했고, 스페인은 지난해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진행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2035년 GDP 5% 공약 상향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헤이그 공약에 "분명하고 구체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요구하며 아직 설득이 필요한 나라가 있다면 "방법이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안보 분석가 프랑수아 에스부르는 "트럼프에게 이 분야에서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며 "나토 내에서 미국이 점점 줄어드는 역할을 하는 구조로 우리 자신의 체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야나 푸글리에린 연구원은 "핵심 문제는 신뢰"라며 "많은 나라가 유럽 파트너보다 미국을 더 신뢰했는데, 이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정당하지 않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자동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