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분, 몇 초 차이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은 '도로 위 양보'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응급차량 앞에서 시민들이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반복되는 사설구급차 사고는 이런 신뢰를 흔들고 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가 교차로에서 충돌하고, 끝내 환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달리는 차량이 오히려 또 다른 사고 위험의 중심에 선 현실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응급 이송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현장에서는 몇 분의 지연이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할 수 있다. 운전자와 응급 인력 역시 긴박한 상황 속에서 순간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법이 긴급자동차에 일정 수준의 신호위반과 속도 특례를 허용하는 것도 이런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긴급'이라는 이름이 안전 원칙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교차로나 차량 흐름이 복잡한 도심에서는 더욱 신중한 운행이 요구된다. 사이렌만 믿고 무리하게 교차로를 통과하거나 상대 차량의 인지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진입하는 순간, 응급차량은 구조 수단이 아닌 위험 요소로 비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복되는 사고가 관리체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설구급차 운전자의 긴급주행 교육은 충분한가. 응급상황 판단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가. 실제 위급환자 이송과 일반환자 이동의 구분은 명확한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은 발표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불안이 반복되면 시민들은 사이렌 소리에도 예전처럼 쉽게 길을 내주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골든타임 확보가 절실한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구급차는 단순히 빨라야 하는 차량이 아니다. 반드시 안전하게 도착해야 하는 차량이다. 응급이라는 이름 아래 놓쳤던 안전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길을 비켜줄 수 있는 신뢰, 그것이 응급의료체계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