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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희망’ 태국 국왕 장녀 팟차라끼띠야파 공주 별세…향년 4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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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6. 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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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의식 잃은 뒤 3년 6개월 투병 끝 사망
검사·외교관 거친 법률가…유엔 '방콕 규칙' 채택 이끌어
epaselect THAILAND ROYALTY OBIT <YONHAP NO-6117> (EPA)
태국 방콕 쭐라롱꼰 기념병원 앞에서 한 추모객이 팟차라끼띠야파 공주의 사진을 들고 있다. 태국 왕실 사무국은 12일(현지시간) 공주가 3년간의 혼수상태 끝에 4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밝혔다/EPA 연합뉴스
태국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의 장녀이자 왕위 계승 자격을 가진 세 자녀 중 한 명인 팟차라끼띠야파 공주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3년 6개월 만에 4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2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과 외신들에 따르면 태국 왕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주가 전날 저녁 방콕 쭐랄롱꼰 국왕 기념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왕실은 복강 내 감염과 대장염·저혈압·부정맥·혈액 응고 장애가 겹치면서 공주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밝혔다.공주는 2022년 12월 동북부 나콘라차시마주에서 군 행사에 쓸 개들을 훈련시키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헬기로 방콕에 이송됐다.

로이터통신은 심장 질환이 원인이었다고 전한 반면, AP통신에 따르면 왕실은 당시 폐렴을 유발하는 세균성 질환인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이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쓰러진 공주는 이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2023년 새해 연하장에 와찌랄롱꼰 국왕 부부가 검은 옷차림으로 등장하자 태국인들 사이에서는 공주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공주의 사망으로 태국 왕실은 계승 구도의 한 축을 잃게 됐다. 와찌랄롱꼰 국왕은 네 차례 결혼 가운데 세 명의 부인에게서 7명의 자녀를 뒀는데, 팟차라끼띠야파 공주는 이 중 헌법상 왕위 계승 자격이 있는 정식 작위 보유 자녀 3명 중 한 명이었다.

아들이 우선하는 계승 원칙에 따라 막내인 디팡꼰 왕자가 추정 계승자이지만, 공직 경력이 두터운 공주가 어린 군주의 섭정 등 중요한 역할을 맡으리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주가 계승 구도에서 비중 있게 거론된 배경에는 법률가·외교관·군인을 아우르는 경력이 있다.

1978년 12월 당시 왕세자였던 와찌랄롱꼰과 첫 부인 솜사왈리 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태국 탐마삿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검사로 일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를 지냈다. 2021년에는 육군으로 자리를 옮겨 대장 계급을 받고 왕실경호사령부 참모장을 맡았다.

그가 가장 힘을 쏟은 분야는 여성 수감자 처우 개선이었다. 출소를 앞둔 여성 재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깜랑짜이'(영감)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이런 활동은 유엔 총회가 여성 수감자 처우 기준인 '방콕 규칙'을 채택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2017년에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친선대사로 위촉됐다. 그는 2013년 AP통신 인터뷰에서 "법치와 제대로 된 사법 체계가 없으면 언제나 혼란이 온다"며 "법치는 발전과 경제 성장, 그리고 인권을 떠받치는 매우 중요한 기둥"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보 덕에 공주의 부고가 전해지자 곳곳에서 추모가 이어졌다.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는 TV 담화에서 공주를 "태국의 자랑"이라고 부르며 "이번 상실은 국민에게 전해진 단순한 비보가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에 새겨진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라고 애도했다.

공주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는 시민들이 공주의 사진을 들고 모여들었다. 전날 밤부터 병원을 지켰다는 한 시민은 "아프신 것은 알았지만 기적을 바랐다"며 "슬프고 충격적"이라고 토로했다.

왕실은 장례 의식을 거행할 예정이며,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왕실은 지난해 10월 시리킷 왕대비가 93세로 서거한 데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비보를 맞았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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