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에워싼 시위대…“원천무효·재투표”
엇갈린 주민 반응…“시위대 소음공해”vs“선관위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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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 앞. 전날 투표소로 쓰였던 이곳은 이른 시간부터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인파로 가득 찼다. 경로당 정문과 뒷문 앞에는 간이의자가 놓였고, 일부 참가자들은 출입구 주변에 밀집해 앉아 투표함 반출을 막고 있었다. 전날 오후 10시께부터 모인 시위대는 사실상 스크럼을 짠 채 밤새 자리를 지켰다.
확성기에서는 "선관위 해체", "재투표", "선거 무효" 등의 구호가 반복됐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발언하면 주변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거나 구호로 호응했다. 투표소 앞 도로는 사람과 차량, 취재진이 뒤엉켰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경적 소리와 고성이 섞였고,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버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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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날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지연된 데 이어 투표함 반출까지 막히면서 자신들이 행사한 표가 제때 개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해당 투표소 투표분 2000여명분은 이날 오전까지 반출되지 못한 상태였다.
70대 주민 A씨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자 어떤 사람들은 명단에 이름이라도 남기고 갔지만, 그냥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며 "예전 투표율만 보고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한 것 같은데, 종잇값이 얼마나 한다고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아파트를 나서던 50대 부부는 "어제부터 계속 이 상태였다"며 "밤새 시끄러워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아파트 주차관리인 B씨도 "어제부터 소음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곳 주민들은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 난감하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렸다. 선관위의 준비 부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시위 장기화에는 피로감을 보이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70대 여성 주민 C씨는 "주민들도 생각이 다 다르다. 선관위 때문에 화가 난 사람도 많고, 시위 소란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며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이런 일이 없었더라도 부정선거 주장은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반면 50대 여성 주민 D씨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이런 시위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다들 화가 난 상태"라고 했다.
인근 학교와 학부모들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투표소 바로 옆에는 정신여자중학교와 정신여자고등학교가 있다. 두 학교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사립 여자 중·고등학교로, 등하교 시간대 학생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다. 투표소 주변 소란과 확성기 소음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생 안전과 통학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 등하굣길에 경찰이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경찰이 있어 학부모들도 조금은 안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이 모의고사 날이라 학생들이 예민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신경 쓰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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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서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긴장감은 수시로 높아졌다.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들은 "주민들을 힘들게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오늘은 재투표만 이야기하자"며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곳곳에서는 감정 섞인 고성과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대치가 장기화한 데에는 온라인상 집결 독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과 부정선거 관련 온라인 대화방 등에서는 잠실7동 투표소로 모여달라는 요청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일부 참가자들이 출근 등을 이유로 자리를 뜨면서 인원은 한때 100여명으로 줄었지만, 온라인 집결 독려가 이어지면서 다시 늘었다.
오후 들어 강한 비가 쏟아졌지만 참가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상당수는 옷과 머리카락이 젖은 상태로 투표소 앞을 지켰다. 일부는 애국가를 부르거나 "부정선거", "선거무효", "선관위 해체" 등의 구호를 반복했다. 현장에는 우비와 생수, 커피, 간식 등이 배부됐고, 플라스틱 의자 수십 개를 실은 차량도 도착했다. 투표함 반출 저지가 단발성 항의를 넘어 장기전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도 한때 소란이 벌어졌다.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설득을 시도했지만, 참가자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관계자와 시위 참가자,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며 현장은 뒤엉켰다. 일부 참가자는 "손대지 말라", "폭력은 안 된다"며 주변을 말렸다. 김 사무처장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벗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선관위가 1차적으로 조치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선관위와 협의해 필요할 경우 현장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 등 약 350명이 투표소 입구를 막고 선거 무효를 주장한 것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현장에는 기동대 8개 중대 등 약 470명이 배치돼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다만 모인 인원이 온라인 방송과 대화방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집결한 탓에, 경찰이 미신고 집회로 제재하려 해도 주최 측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12시간 동안 서울 지역 투표 관련 112 신고는 총 164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잠실7동 제2투표소 관련 신고가 13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