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인치 화면·플레오스 조합 눈길
탄탄해진 승차감, 장거리서 진가
오랜 시간 편한차의 본질 지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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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2.5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얹은 캘리그래피 트림이다. 3.5ℓ 가솔린 엔진처럼 출력이 높거나 1.6ℓ 터보 하이브리드처럼 효율이 좋지는 않지만 가장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파워트레인이다.
겉모습은 낯설지 않다. 기존 그랜저의 비례를 유지한 채 디테일을 손봤다. 얇아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널찍한 그릴이 전면 인상을 완성한다. 과거 그랜저가 지닌 중후함 위에 한층 말끔한 분위기를 덧입었다. 후면 변화는 더 명확하다. 범퍼에 달렸던 방향지시등을 위로 끌어올렸다.
실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대형 디스플레이로 향한다. 17인치 화면은 예상보다 존재감이 크다. 플레오스는 생각보다 편리하고 영리하다. 스마트폰처럼 앱을 설치하고 여러 화면을 나눠 쓰고 AI 음성비서와 대화할 수 있다. 정차 중에는 차가 아니라 작은 디지털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다. 다만 기능이 많아진 만큼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은 필요하다.
시트는 넉넉하며 특히 2열 공간이 강점이다. 무릎 공간은 여유롭고 착좌감도 편안하다. 가족과 함께 장거리 이동이 잦은 소비자라면 만족할 만한 구성이다.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스마트 비전 루프는 천장에 넓게 펼친 유리를 취향에 따라 일정 부분만 불투명하게 바꾸거나 밝힐 수 있다.
운전을 시작하면 최고출력 198마력, 최대토크 25.3kgf·m를 발휘하는 직렬 4기통 2.5ℓ 자연흡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을 느낄 수 있다. 강력한 성능을 앞세우는 전기차나 터보 엔진과 비교하면 출력은 아쉽지만, 그랜저의 성격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분히 속도를 높인다.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예측 가능한 반응 덕분에 다루기 편안하다. 운전자 의도에 맞춰 부드럽게 움직인다. 출퇴근길과 장거리 이동이 중심인 그랜저 소비자 성향을 떠올리면 터보차저를 사용하지 않은 현대차의 의도가 이해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이다. 이전보다 단단하다. 그렇다고 거칠지도 않다. 현대차 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는 서스펜션의 하드웨어를 바꿨다. 스프링 강성은 낮추고 댐퍼를 조여 고속 안정성을 높였다고 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차체는 빠르게 자세를 추스른다. 불필요한 흔들림이 적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변화가 더 분명하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 움직임이 안정적이다. 묵직하게 노면을 누르며 도로 굴곡을 여유롭게 삼킨다.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은 단단히 틀어막았다. 엔진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조용한 실내, 넓은 시트, 차분한 승차감이 겹치니 장거리에서 피로가 덜하다. 그랜저가 오랜 시간 '편한 차'로 불린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아쉬움도 남는다. 플레오스와 대형 디스플레이는 분명 신선하지만 직관성에서는 고민이 남는다. 특히 그랜저 핵심 소비층을 생각하면 조금 더 쉬운 접근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보다 크게 오른 가격도 부담이다. 2.5ℓ 자연흡기 모델의 시작가격이 4185만원부터며 모든 옵션을 포함한 시승차는 5676만원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