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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살고 싶은 마을] 청년 농부가 청년의 길잡이로…거창서 배우는 ‘농촌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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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5. 28. 17:27

경남 거창 청년마을 '거창한 농부'
'X농부', 3박4일간 농부의 일상 밀착 체험
'신기한 농촌 스쿨버스'·일거리 실험 통해 농촌에서 가능한 삶과 일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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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청년마을 '거창한 농부'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농촌살이를 체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거창한 농부
경남 거창 청년마을 '거창한 농부'에서는 청년 농부가 또 다른 청년의 길잡이가 된다. 사과와 딸기, 산양삼, 여주 등을 키우며 먼저 거창에 자리 잡은 청년들이 자신의 농장과 일상을 열어 보이고, 참가자들은 농부의 하루를 따라가며 농촌에서 먹고사는 법을 배운다.

거창한 농부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된 농촌형 청년마을이다. 청년마을 사업은 지역 청년 유출을 막고 외지 청년 유입을 돕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 청년마을 운영의 중심에는 거창에 귀농·귀향한 청년 농부 모임 '덕유산 고라니들'이 있다. 이들은 귀농한 지 5~8년 된 청년들로, 각자 농업경영체를 운영하며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 거창에 들어온 청년들은 교육과 행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동아리처럼 모였다. 농사일 바깥에서도 재미와 교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후 커뮤니티 지원사업을 함께 하며 팀으로 일할 가능성을 확인했고, 청년마을 사업으로 활동을 넓혔다.

박영민 거창한 농부 대표는 "우리는 청년마을을 하기 전부터 귀농, 농촌관광, 지역 주민과 선후배 교류를 이미 하고 있었다"며 "각자 고군분투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귀농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창한 농부의 대표 프로그램은 'X농부'다. 한 명의 농부를 정해 그의 농장과 일상을 3박4일 동안 따라가 보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농부가 어떤 작물을 키우는지, 거창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단순 농사 체험이 아니라 한 농부의 삶을 깊이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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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청년마을 '거창한 농부'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거창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거창한 농부
'신기한 농촌 스쿨버스'는 거창이라는 지역을 다시 보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농가 레스토랑과 카페 같은 작은 사업체부터 지역 기업까지 둘러보며 시골에서 가능한 일들을 확인한다. 외지 청년뿐 아니라 지역 청년도 함께 참여했다. 거창에서 태어난 청년들도 정작 자기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부산에 머물던 한 거창 출신 청년은 프로그램 참여 뒤 고향 정착을 결심하고 지역에 사업체를 냈다. 지난해 청년마을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거창으로 전입한 인원은 7명에 이른다. 올해는 이들의 가족 일부도 거창으로 전입해 오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참여자들이 직접 일거리를 실험하는 과정도 마련됐다. 거창 사과를 매입해 외부 플리마켓에서 판매하거나, 서울에서 필라테스와 요가를 하던 청년이 농부를 위한 필라테스·요가 클래스를 여는 식이다. 귀농을 농사로만 보지 않고, 농촌 안에서 각자의 일거리를 찾게 하려는 취지다. 박 대표는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업에 대한 이해는 있어야 한다"며 "옆집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들판에서 어떤 작업이 벌어지는지 알고 지나가는 것과 모르고 지나가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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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형 이벤트 '베리베리런' 참가자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거창한 농부
올해는 농촌살이 프로그램을 불특정 다수가 거창을 경험하는 행사로도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초에는 딸기 등 거창 과일을 주제로 달리기와 미니 운동회,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농촌형 이벤트 '베리베리런'을 열었다. 오전과 오후 각각 200명 규모로 티켓을 판매했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거창뿐 아니라 대구와 경주, 서울 등 외부 참가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박 대표는 거창한 농부의 역할을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의 '버디(단짝)'로 설명한다. 먼저 농촌에 들어와 살아본 청년들이 시행착오를 나누고, 농사뿐 아니라 지역에서 가능한 일과 관계를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농사를 안 짓더라도 농업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지역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우리가 먼저 자리 잡은 만큼, 농촌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버디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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