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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쉬면서 일하고 싶다면, 보령 삽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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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6. 05. 26. 13:26

바다 보며 일하고 솔숲 자전거 타고 '워케이션'
아늑한 어촌 마을, 바지락캐기·그물 체험 만끽
귀츨라프 선교 역사 고대도, 내년 '섬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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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대천항. / 이장원 기자
요즘 여행의 트렌드는 '무엇을 할까'에서 점차 '어떻게 머물까'로 넘어가고 있다. 과거 단순한 관광에서 체험 여행으로의 변화가 있었다면, 이제는 체류 여행의 시간이 온 것이다. 체류 여행은 일과 휴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머물다 보면 안타깝게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최근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과 휴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워케이션의 장점이다. 워케이션을 조금 특별하게 즐기자면, 섬만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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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도 전경. / 지엔씨이십일 제공
충남 보령의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0분 남짓 바다를 가르면 삽시도가 나온다. 섬이라고 해서 무인도와 같은 황량함을 걱정했다면 기우다. 한적한 어촌 마을이 방문객을 반긴다. 삽시도는 면적 3.8㎢로 작은 섬이 아니다. 인근의 안면도, 원산도에 이어 충남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삽시도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섬이 북쪽을 향한 화살촉 모양을 하고 있어서 삽시도(揷矢島)라고 불린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조선시대 지도에는 삽시도(揷時島)라고 적었다. 사실 전국에는 공식 지명 외에 이름이 여러 개인 곳도 많으니 어느 삽시도가 맞는지 따질 일은 아니다. 다만 섬 전체의 지형을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온 뒤에 화살촉 모양을 발견했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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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금솔펜션 앞마당. / 이장원 기자
섬마을은 언뜻 봐선 육지의 해변 마을과 뚜렷하게 구분되진 않는다. 하지만 "배가 없어서 못 나가니 오늘은 섬에서 묵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육지와 분리됐음을 깨닫는다. 세상과 조금 떨어진 곳에 왔다고 생각하니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둘러보기 좋은 명소들이 있는데 이름이 정겹다. 해수욕장에는 거멀너머, 진너머, 밤섬, 수루미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삽시도 3경이라는 면삽지, 황금곰솔, 물망터도 이름이 범상치 않다. 왠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들에서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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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도 자전거 체험. / 이장원 기자
섬을 한 바퀴 둘러볼까 하니 충남 3대 섬인 삽시도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섬 안에 마을버스가 다닌다고는 하지만 여행의 재미를 살리자면 자전거가 제격이다. 삽시도 어촌체험 휴양마을에서는 충남관광재단, 한국어촌어항공단, 한국관광공사 등 공공부문에서 추진하는 워케이션 사업의 지원을 받아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따라 달리니 시원한 바람이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무엇보다 치유숲이라고 불리는 소나무숲길을 달리는 기분이 특별하다. 요즘 전국에 자전거 도로가 많이 늘었지만, 소나무숲을 자유롭게 달리면서 중간중간 바다를 볼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다. 자전거를 타면서 스트레스를 풀다가 잠시 걸어서 산길을 올라 면삽지와 같은 명소에도 들러볼 수 있다. 면삽지는 조수에 따라 삽시도에서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곳이다. 삽시도에서 떨어지면 섬이 되는 곳이라서 면(免)삽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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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도 그물 체험. / 지엔씨이십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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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도회식당'의 간재미 무침. / 이장원 기자
자전거를 통해 접한 삽시도의 워케이션은 더 많은 사람들이 섬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삽시도 주민들이 공공부문이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일과 휴식을 겸하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긴 어렵지만, 삽시도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보면 먼저 저렴한 가격이 눈에 들어온다. 숙소와 업무 공간, 체험 프로그램에 조식까지 포함해 참가비가 2박 3일, 2인 기준 3~4만 원 수준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치유숲 자전거여행을 비롯해 낙지잡이, 바지락캐기 등을 마련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해양환경 보호의 의미로 폐조개 껍데기와 해양 유리 등을 활용한 실내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버려진 물건을 통해 만든 키링 등 소품이 의외로 예쁘다. 삽시도 워케이션 참여에는 사업자등록증, 재직증명서 등이 필요한데 운영 업체 홈페이지인 '더 휴일' 등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워케이션의 장점을 기업들에서도 인지하기 시작해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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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마을 워케이션 공유오피스에 전시된 해양 폐기물 재활용 작품. / 이장원 기자
삽시도에서 섬의 매력을 발견했다면 주변의 섬을 한 번 더 돌아보며 즐거움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삽시도에서 배를 타고 20여분 가면 고대도가 나온다. 고대도는 면적 0.9㎢의 작은 섬이지만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를 품은 곳이다. 고대도는 1832년 독일 선교사 칼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귀츨라프가 애머스트호를 타고 와 19일간 머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계 일부에서는 귀츨라프의 방문을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선교 활동으로 보기도 한다. 애머스트호는 고대도 주민들에게 한문 성경과 약품 등을 나눠줬다. 귀츨라프는 당시 한글을 접하고 조선에 자체 문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이후 중국 광저우 지역에서 발간되던 '중국 보고'라는 잡지에 '한글에 대한 소견'이라는 소논문을 기고해 한글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현재 고대도에는 고대도 교회, 칼 귀츨라프 기념공원, 고대도 선교센터가 설립돼 있다. 이곳에서는 귀츨라프의 행적을 전하는데 해외 서적·자료를 통한 고증의 깊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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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츨라프가 타고 온 배를 재현해 놓은 고대도의 칼 귀츨라프 기념 공원. / 이장원 기자
고대도에서는 내년 '섬 비엔날레'가 열린다. 섬 비엔날레는 원산도, 삽시도, 고대도, 장고도, 효자도 등 보령 5개 섬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처음 추진되는 행사다. 제1회 섬 비엔날레는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내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개최된다. 주 전시장이 있는 원산도와 고대도에서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조각과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에는 24개국 70여명의 작가가 참가할 예정이다. 세미나, 작가와의 대화, 아트 투어·아트 캠핑 등 연계 행사도 마련된다. 섬 비엔날레는 내년 첫 개최 이후 해마다 보령 5개 섬으로 행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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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도 선돌. / 지엔씨이십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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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도 주민 김태연 작가의 사진전 작품. / 김태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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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도 면삽지. / 이장원 기자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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