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호르무즈발 에너지 쇼크, 선진국 임금 구매력 훼손…경기침체 우려 확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27010007906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5. 27. 12:23

FT "이란 전쟁발 물가 충격, 미·영 실질임금 감소 전환 압박"
미 CPI 3.8%로 임금 추월…유로존 실질임금 성장률 0%대 접근
소비 위축·고물가 지속 이중고…유럽 완만한 침체 가능성 고조
US-PRICE-OF-BEEF-AT-RECORD-HIGHS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식료품점에서 육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수요 증가와 사육두수 감소로 메모리얼데이(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쇠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자, 많은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닭고기·식물성 대체육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AFP·연합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 미국·영국·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2022~2023년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간신히 회복한 흐름에서 다시 0% 안팎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미국 노동통계국(BLS)·영국 통계청(ONS)·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 및 독일·이탈리아·스페인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상 경제권 모두에서 실질임금 상승률이 2026년 들어 0% 부근으로 빠르게 수렴하는 흐름을 보였다.

◇ 미 4월 CPI 3.8% vs 임금 3.6%…2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가 임금 앞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율 3.8%로 올랐지만, 민간 부문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3.6%에 그쳤다. 물가가 임금 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2년 만이다.

미국의 실질임금은 CPI가 최고 8~9%에 달했던 2022년 연율 약 -3%대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중반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명목임금이 완만하게 둔화하면서 2026년 초 실질임금은 CPI 선과 명목임금 선이 교차하면서 다시 0% 부근으로 수렴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이앤 스웡크 KPMG U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으며 해협이 내일 열리더라도 물가를 이전보다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U COMMISSION ECONOMIC FORESCAST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EU) 경제·생산성·이행 담당 집행위원이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의 2026년 봄 경제전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EPA·연합
◇ 영국 실질임금 0.1% 정체…구인 공고 5년 최저, 마이너스 전환 위기

영국 근로자도 유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보너스를 제외한 평균 주급 증가율은 3월까지 3개월 동안 실질 기준 연율 0.1%에 그쳤다.

영국은 2023~2024년 실질임금이 +2~3%대까지 회복됐지만 2025년 이후 다시 낮아지고 있으며 실업률 상승과 구인 공고가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노동자의 임금 협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제임스 스미스 레졸루션재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정부의 부가가치세(VAT) 인하와 유류세 인상 연기가 일부 완충 효과에 그쳐, 영국이 2008년 이후 네 번째 실질임금 하락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US-ECONOMY-MARKETS
19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모습./AFP·연합
◇ 이탈리아 -8%대 저점 탈출 후 재차 0% 수렴…독일 변동성·스페인 상대적 선방

유로존 국가들은 2022년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잃은 구매력을 막 회복한 시점에 다시 에너지 충격을 맞았다. FT가 각국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탈리아의 협약상 시간당 임금 기준 실질임금은 2022~2023년 연율 약 -8% 내외의 저점까지 급락했다가 2024~2025년 회복된 뒤 2026년 들어 다시 0%대로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독일의 전 경제 부문 월 임금·급여 기준 실질임금 증가율은 같은 시기 큰 변동성을 보이며 2026년 현재 0~1%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스페인의 종업원 1인당 월 급여 기준 실질임금은 6개국 중 상대적으로 선방해 2026년에도 약 +1%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스 비스테센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2026년 실질임금 증가율이 0%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프랑스처럼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는 실질임금이 이미 상당 폭 줄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의 2025년 1인당 보수는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 근처에 머문 가운데 거의 2% 증가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추적하는 협상 임금 지표는 근로자들이 고용 불안을 느끼면서 노조가 올해 강력한 임금 인상 조건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FT가 전했다.

비스테센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가 감세를 할 여력이 없어 소비자가 직접 충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고, 독일은 임금 협상력이 약하지만, 유류세 인하로 단기 물가 충격을 일부 완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호르무즈 재개방 땐 실질임금 반등…지속 시 '노동시장 문제'로 번질 위험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기업 이윤을 좁히고, 고용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며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결국 노동시장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드루 케닝엄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 충격이 2022년 에너지 충격보다 훨씬 작지만, 유로존 경제가 완만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경제 충격이 클수록 실질임금 회복은 더 느려진다"고 말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실질임금 축소가 전적으로 중동 갈등 때문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 실질임금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