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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삼성전자 노조가 잃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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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6. 05. 18. 10:36

최원영
"삼성은 없애 버리는 게 맞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부위원장이 조합원들과의 대화방에서 이같이 말하며 성과급 쟁취와 파업을 위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강조했다.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든 그 감동의 문구가 현재 전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조직의 수사로 쓰이니 거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 노조가 그렇게 퇴로도, 출구도 없는 전술을 택하고 있다. 가슴 팍의 '투쟁' 두 글자가 만든 결과다.

이재용 회장이, 전영현 부회장이, 아니 삼성의 경영진이 어떻게 했길래. 노조가 자신의 회사를 없애야 한다고 하고, 회장의 사진을 밟아가며 파업의지를 다지는 행진을 하나. 부당한 해고자가 나왔을까. 폭언·폭행으로 성실한 근로자가 삶의 의욕을 상실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을까.

대를 이어가며 쌓아온 삼성 반도체사업 성과의 15%를 나눠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게 단지 이유다. 이를 매년 이행될 수 있게 제도화 해 달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장 18일간에 걸쳐 파업을 벌여 수십조원의 손실을 야기하겠다고 으름장이다. 바닥부터 시작해 수십년간 초거대 시스템을 구축해 온 선배들의 결과물이지만, 자신들이 아니면 돌릴 수 없고 큰 타격을 입히겠다는 매우 폭력적인 위협이다.

제도화는 일종의 경영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분기 50조원을 번다고 해도 100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 있을 때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으로 성과급을 조정할 수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이익은 또다른 사업부인 스마트폰과 TV 등 사업의 경쟁력을 쌓는 데도 쓰여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도래 할 반도체 불황에서도 반도체사업부 직원들이 함께 덕을 보며 살아갈 수 있다.

노조의 적은 노조인 법이다. 보통 정규 노조는 비정규 노조를 탄압하며 자신들이 사측에 어필하는 핵심 요구사항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는다. 지금 반도체 사업부 중심 초기업 노조는 스마트폰, TV 등 다른 사업부를 그렇게 대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자신들의 천문학적 성과급을 위해 당장 힘든 사업부 노조원들의 의견은 묵살 중이다. 그렇게 노조는 명분을 다 잃었다.

1등 기업의 자존심은 SK하이닉스 보다 나은 성과급을 받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1등은 현재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 위치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안정을 유지하는 게 이 사회를 위한 일종의 책임이다. 벌써 다수의 기업들이 영업이익의 일정부분을 떼어달라고 외치고 있다. 2등은 할 수 있어도 1등은 쉽게 할 수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상의 기술도 없다. 협상의 기본은 윈윈이다. 한쪽의 일방적 주장으로 끝까지 몰아부쳐 얻어낼 수 있는 건 상처뿐인 영광이다. 똑같은 결과물을 얻어내더라도 대승적 차원의 결단으로 서로 웃으며 악수를 연출해야 한다. 결국 성과급을 주는 이유는 서로 힘내서 일하자는 응원이자 모멘텀을 주고자 하는 게 아니던가.

정부까지 나섰고 긴급조정권이라는 와일드카드까지 꺼내어 말리려 하고 있다. 성과급을 약속 받더라도 이 사회로부터 하나의 애사심도, 국가경제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까지 내쳐버린 삼성 노조라는 지탄을 받으며 지내야 한다면 승리일까.

삼성전자 노조는 지금 누구랑 싸우고 있나.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공부 시켜 사회에 내보내고 시집 장가를 보내 줄 그 고마운 보금자리와? 파업만은 말아달라는 정부? 46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 그것도 아니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첨단에서 상징으로서 자긍심을 느껴 온 전 국민일까.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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