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모두 새 지도부 출범 후 첫 국빈 교환
'베트남에서 생산'에서 '베트남에서 함께 창조'로
한국 내 베트남 35만·베트남 내 한인 20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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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는 서로의 나라를 첫 국빈으로 찾는 두 정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최영삼 주베트남 한국대사와 부 호 주한 베트남대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번 순방의 의미와 향후 한국-베트남 관계 전망을 짚어봤다. 같은 질문을 던졌고, 각자의 관점이 반영된 답변이 돌아왔다. 사용하는 어휘는 달랐고 어떤 대목에서는 강조점도 달랐다. 그러나 두 답변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 반복해서 돌아오는 두 개의 키워드가 있다. '신뢰'와 '동행(함께)'이다. 지난 30여 년이 이 두 단어를 쌓아온 시간이었다면, 다음 10년은 그것을 증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데에 두 대사는 뜻을 같이 했다.
-이 대통령도, 럼 서기장 겸 국가주석도 서로가 모두 첫 국빈이다. 베트남 새 지도부 출범 직후 이뤄진 이번 순방의 의미는.
최 대사: "양국이 새로운 리더십의 외교적 첫걸음을 서로 함께하는 관계라는 것. 이는 수교 30여 년간 쌓아온 한-베 간 신뢰와 유대가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호 대사: "이 대통령은 베트남이 지도부를 정비한 이후 방문하는 첫 국빈이다. 높은 수준의 정치적 신뢰와 상호 존중이 반영된 동시에 이미 두터웠던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최 대사는 구체적인 숫자로 이를 뒷받침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에게 3대 교역국이다. 2025년 교역액은 약 950억 달러(약 139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2030년까지 1500억 달러(약 220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베트남은 이제 아세안의 한 국가가 아니라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글로벌 핵심 협력국"이라는 것이 최 대사의 평가다.
호 대사 역시 양국이 나란히 질적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베트남도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섰으며, 품질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을 동력 삼아 국제사회와 깊게 통합해 간다는 기조를 세웠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새 지도부가 같은 시기에 출범한 것은 우연이지만, 두 나라가 나란히 전환기에 서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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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사 : "한-베 경제 협력은 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략 분야 고도화, 비즈니스 생태계 연결, 미래지향적 협력 증진이다. 베트남은 2030년 중상위 소득국, 2045년 고소득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원전·LNG·재생 에너지, 북남 고속철도·스마트시티,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바로 한국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다."
호 대사 : "한국 기업의 가치사슬 고도화 전략과, 과학기술·혁신에 기반한 성장 모델로 전환하려는 베트남의 방향이 만나는 지점이다. 베트남이 기대하는 것은 투자 자본의 유입만이 아니다. 실질적인 기술 이전, 고급 인력 양성, 경제의 내생적 역량 구축이다. 엔지니어 양성 협력, 기업·대학·연구소 연계, 베트남 내 R&D 센터 설립이 구체적 과제다. 그렇게 되면 한-베 협력은 '베트남에서 생산한다'는 단계에서 '베트남에서 함께 창조한다'는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생산'에서 '공동 창조'로. 호 대사의 베트남어 문장은 지난 30여 년 한-베 경제 관계의 좌표를 한 줄로 요약한다. 공장에서 연구소로, 인건비에서 두뇌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참석하는 한-베 비즈니스 포럼이 그 좌표 이동의 무대다. 양국 약 500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이 포럼에는 교역·투자, AI·과학기술, 에너지 전환이 핵심 의제로 오른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공급망 다변화와 경제 안보 차원에서 베트남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한-베 협력이 양국 경제 안보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고, 베트남은 '차이나 플러스 원'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다. 두 나라의 이해가 맞물리는 지점이 여기서 생긴다.
최 대사: "한-베 협력은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모두의 경제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적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이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반도체·배터리 원자재, 에너지, 식량과 베트남이 보유한 잠재력이 여러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특히 희토류 등 핵심 광물 분야에서 베트남은 세계적 수준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호 대사: "베트남은 지경학적 위치와 안정된 환경, 노동력의 이점이 있고, 한국은 기술과 산업 생태계의 강점이 있다. 두 나라가 연결될 때 생산 사슬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외부 변동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분명히 해 둘 것은 이 관계는 어떤 제3자를 대체하거나 그와 대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규칙에 기반한 구조를 지향한다."
호 대사의 마지막 문장은 짚어둘 만하다. 베트남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대나무 외교'의 문법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미·중·러와 모두 관계를 관리하는 베트남에게 한국과의 협력은 어느 한쪽을 배제하는 선택이 아니라 전체 구도를 견고하게 하는 선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재베트남 한인 사회가 20만 명, 한국 내 베트남 공동체도 35만 명 안팎으로 확대됐다. 양국 국민 사이의 교류가 한류나 관광을 넘어 어떤 방향으로 깊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최 대사: "이제 한류·관광을 넘어 생활 속 통합, 인재 교류, 미래 세대 연결로 깊어지고 있다. 베트남 내 20만 한국 동포, 한국 내 34만 베트남 동포, 연간 500만 명의 상호 방문객, 10만여 한-베 가정이라는 숫자가 그 깊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인적 교류야말로 양국 관계의 가장 튼튼한 뿌리다. 협정서나 숫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쌓여온 것이 한-베 관계의 진짜 힘이다."
호 대사: "한국 내 베트남 공동체는 약 35만명으로, 가장 역동적이고 다양한 공동체 중 하나다. 이젠 양적 전환에서 질적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유학생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공동체는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양국 관계를 함께 설계하는 주체이자 실질적인 '전략적 소프트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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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사: "한 단어로 말하자면, '동행(同行)'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관계다. 지난 30여 년이 '성장'의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성장을 함께 설계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시대여야 한다."
호 대사: "폭을 넓히는 협력에서 깊이를 더하는 협력, 그리고 가치를 함께 창조하는 협력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깊고 넓은 협력·지속 가능한 가치의 공동 창조'라 하겠다."
최 대사는 "동행"이라는 두 글자를 택했고, 호 대사는 세 개의 구절을 택했다. 형식은 다르지만 말하려는 바는 포개진다. '같은 방향', '서로의 속도', '함께 걷는 관계'라는 최 대사의 풀이는 '신뢰', '깊이', '공동 창조'라는 호 대사의 세 축과 그대로 겹쳐진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전 럼 서기장 내외와의 하노이의 탕롱 황성 친교행사를 마지막으로 베트남 일정을 마친다. 11세기부터 터를 지켜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황성은 베트남이 자국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외부에 소개할 때 자주 고르는 장소다. 1000년 된 황성을 걷는 두 정상의 뒷모습이 두 대사가 말한 '동행'과 '꿍 디(함께 가다)'의 가시적 이미지가 될 것이다.
30여 년 전 수교 당시, 두 나라는 서로에게 먼 나라였다. 지금 한국 내 베트남 공동체 35만, 베트남 내 한인 20만, 그리고 두 나라를 동시에 부모의 나라로 둔 10만 명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두 대사가 말한 '신뢰'와 '동행'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10년이 펼쳐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