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해역 통제 확대…아시아 원유 공급 70% 급감
2027년까지 고유가 지속 경고 속 주요국 경제성장률 하락, 글로벌 정치 소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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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봉쇄는 페르시아만·오만만·아라비아해 일부를 포괄하는 3개 해역으로 확대 적용됐으나 영국과 프랑스가 불참을 선언하고, 미국이 협상에서 요구한 '20년 우라늄 농축 중단' 조건도 이란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외교적 출구는 더욱 좁아졌다.
독일 국책은행 KfW는 유가가 2027년 말 이전에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봉쇄 장기화 시 미국 경제도 얕은 경기침체(shallow recession)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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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이날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를 공식 개시했다.
영국 해군 산하 영국해양무역작전처(UKMTO)는 페르시아만·오만만·아라비아해 일부 구간의 이란 항구 및 해안 지역 전반에 대한 해상 접근 제한이 집행 중이라는 항행 경보를 발령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봉쇄 범위가 이란 항구에서 3개 해역 및 및해안선 전반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국제 해운 시스템이 실질적 경보 상태에 진입했으며, 미국산 원유(WTI)는 이날 2.6% 급등해 배럴당 99.08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 선물은 1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해산 포티스 블렌드(Forties Blend) 현물 가격이 배럴당 약 149달러까지 상승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또한 브렌트유 선물 대비 이례적으로 확대된 현물 프리미엄은 시장이 '즉각적인 공급 부족'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이날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에너지를 넘어 원자재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됐다.
에너지 애스펙츠 분석에 따르면 4월 첫 2주간 해협을 통한 아시아 원유 유입량은 하루 평균 400만 배럴로 줄었는데, 이는 평시 1340만 배럴 대비 약 70% 급감한 수치로 정유·화학 산업 전반의 연쇄 생산 차질을 촉발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전쟁 이전 해협을 통과한 마지막 유조선이 말레이시아·호주에 오는 20일까지 도달할 예정이며,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 수입분은 이번 주, 아프리카 수입분은 이미 지난 10일 최종 하역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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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약 80%에 달해 충격이 가장 먼저 집중되고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95% 이상인 필리핀은 국내 휘발유 가격이 두 배로 오른 이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FT가 전했다.
한국 국회는 저소득층 현금 지원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켰고, 아시아나항공은 5월까지 12개 이상 왕복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일본에서는 위생도기업체 도토가 나프타 부족으로 조립식 욕실 주문을 전면 중단했으며, 카타르산 헬륨 공급 차질은 한국·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의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순에너지 수출국임에도 소비자 고통이 심화되는 역설에 처해 있다. 이번 봉쇄의 전략적 목표 중 하나는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산 원유 하루 약 200만 배럴을 추가로 차단하는 것으로, 시장정보업체 케플러(Kpler)는 미국산 원유 수출이 이달 하루 50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0척이 멕시코만(미국만) 연안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이는 지난해 월평균 27척의 2.6배 수준이다.
그러나 전미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5ℓ)당 4.13달러로 전쟁 이전 대비 1.15달러 올랐고, 지난주 미국 내 휘발유 수요는 전주 대비 약 10만 배럴(1.4%) 감소하며 수요 파괴 초기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셰일 생산업체들은 고유가에도 가격 지속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규 시추 증설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재고 추가 감소와 가격 추가 상승 압력이 맞물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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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산유국 피해는 수십 년 만의 최악 수준이다.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걸프 에너지 인프라 복구 비용이 25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했고,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카타르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13% 감소하고, 아랍에밀리트(UAE)는 8%, 사우디아라비아는 6.6% 각각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WSJ가 전했다.
이는 카타르가 코로나19 팬데믹이던 2020년 기록한 GDP 감소율 3.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수리에는 최대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1.3%에서 0.6%로 하향 조정됐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호르무즈 봉쇄 지속이 유럽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보조금 규정 완화와 가스 공동 구매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국장은 회원국들이 역대 최대인 4억 배럴 비축유 방출을 약속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즉각 추가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FT가 전했다.
토탈에너지스의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매체 세마포르(Semafor)가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세계경제포럼에서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항공유·경유 같은 일부 제품의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해 항공편 배급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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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정책 번복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WSJ가 분석했다. 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 초반 동조 상승했다가 이후 흐름이 분리됐고,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 휴전을 선언하자 유가와 금리가 동반 하락하는 국면도 나타났다.
다만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게시물 하나로 기조가 뒤집힐 수 있다는 학습 효과로 최근 시장 반응 강도가 약해지는 경향도 감지됐다고 WSJ는 짚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정치적 불안으로 전이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연료 가격 급등에 분노한 농민들이 고속도로·연료 터미널·정유소를 봉쇄하자 정부가 군대를 투입하고 5억500만유로 규모 연료 보조금을 긴급 지원했다고 FT가 전했다.
인도에서는 전쟁 여파로 오른 취사용 가스 가격이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 불만과 결합해 시위가 확산됐고, 한 북부 주(州)에서 최저임금이 35% 인상되는 등 연쇄 대응이 이어졌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과 경기 둔화의 3중 충격으로 최대 3250만 명이 빈곤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FT는 이란이 이번 대치 국면에서 '시간은 자기편(time is on their side)'이라는 판단 아래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봉쇄가 길어질수록 미국과 동맹국의 경제·정치적 압박이 누적돼 이란의 협상력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유럽 수석은 "전쟁 전보다 더 극단화된 이란 정권이 호르무즈를 무기화할 능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걸프 전역의 예측 가능성·확실성·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될 것이며, 그 함의는 매우 광범위하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