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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돈만 주면 뭐든지 합니다”…난무하는 ‘범죄 대행’ 직접 접촉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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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 김홍찬 기자 | 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4. 07. 05:00

[범죄를 대신해 드립니다]②
텔레그램서 범죄 ‘상품화’…항목별로 '견적'내
폭행·절도·해킹·위조…돈만 주면 살인까지
가상화폐·대포폰으로 추적 차단…의뢰인 신원 확인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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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주면 뭐든지 합니다. 사람도 죽여 드립니다."

텔레그램에서 '범죄 대행' 채널에 접속해 말을 건 지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이들의 채널 주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마치 캄보디아 범죄 단지 '시아누크빌'을 사이버 세상으로 옮겨 논 듯했다. 이들에겐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얼마인지가 중요했다. 돈만 주면 못할 짓이 없기 때문이다.

채널에는 살인·폭행·해킹·위조 등 의뢰 목록이 있었다. 식당 메뉴 고르듯 하나를 선택하면 견적을 내어준다. 폭행·절도의 경우 폐쇄회로(CC)TV 수 등 거주지 보안 상태, 증거인멸을 위한 관제서버 해킹 여부에 따라 8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기자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한 남성의 팔 하나를 부러트려 달라"고 주문했다. 해당 범행의 단가는 600만원부터 시작이었다. 운영자는 "집 주변 잠복하고 타깃의 동선까지 다 본다"며 최소 2~3일간 미행 등을 진행한 뒤 실행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고로 위장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의뢰자는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오직 결과만 전달받게 된다. 실행 인력에 대해서는 "일반인은 아니다"며 전직 군인·경찰 출신이 포함돼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기가 아니냐고 따져 묻자 직접 '인증 채널'을 공유하며 성공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보복 여부는 관계없었다. 다른 운영자에게 "옆집에 돈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혼자 산다. 집 안에서 최대한 많은 금품을 훔쳐달라"고 절도 의뢰를 넣었다. 운영자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심지어는 살인 청부도 가능했다. 비용은 1억원 이상이었다. 운영자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상관없다"며 "우리는 돈만 주면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범죄는 오프라인 영역에 그치지 않았다. '해킹'을 활용한 디지털 범죄 역시 판매되고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서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관련 기관 시스템에 접근해 기록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라고 자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군면제'다. 운영자는 군면제를 위한 서류 위조 질문에 "서류 준비부터 보충역·전시근로역 전환, 의무조사 대응, 현역 부적합 심사까지 다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신체검사 등급)4급, 5급으로 유도 가능하며, 정신·신체 복무 부적응 사유도 만들어서 빼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체검사 과정에 직접 동행하거나, 의료기관 브로커를 연결해 주고 심지어는 위증까지 가능하다는 안내도 있었다.

시험과 관련된 조작도 같은 방식으로 안내됐다. 운영자는 각종 자격증 시험과 법학적성시험(LEET), 임용고시, 수능, 내신, 모의고사까지 "해킹으로 점수 조작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외에도 카카오톡·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 해킹부터 전과 기록 삭제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펼쳐졌다.

이들은 철저히 익명성 뒤에 숨어 활동했다. 모든 접촉은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이뤄졌고 별도의 신원 확인 절차는 없었다. "의뢰인 신분은 확인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반복됐다.

연결 구조도 분리돼 있었다. 상담을 맡는 계정과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인력이 따로 움직인다. 의뢰자는 실행 인력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직원에게 의뢰인 정보는 공유되지 않는다"는 말도 뒤따랐다.

통신 수단 역시 추적을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작업에는 대포폰과 1회용 유심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 비용까지 의뢰인이 전부 부담하는 방식이다. 작업 이후에는 전부 폐기한다.

결제는 가상화폐가 기본으로 제시됐다. 운영자는 테더(USDT) 등 가상 자산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구조다.

최근 경찰은 SNS를 활용한 이와 같은 범죄를 원한이나 특정 관계를 전제로 한 '보복 대행'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의뢰는 대부분 '보복'이라는 개인적인 감정과는 무관하게 이뤄졌다. 의뢰 이유를 묻는 질문 자체가 없었다. 목적은 결국 '돈'이었다. 즉, 금액만 맞으면 어떤 범죄든 실행하는 철저한 '범죄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와 똑같은 '야미바이토(어둠의 아르바이트)'가 성행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처음에는 낙서 같은 장난이었지만 어느새 폭행 등 보복 범죄로 발전했고 지금은 돈을 노린 강도·살인으로까지 비화했다(<한국판 야미바이토, '보복 대행' 아닌 '범죄 대행'…"낙서·오물테러 넘어 강도·살인으로 비화할 것"> 기사 참조). 우리나라에도 한국판 야미바이토의 검은 그림자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김태훈 기자
김홍찬 기자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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