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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의 두 얼굴...동맹의 파열음인가, 미국의 부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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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01. 12:37

WSJ "신뢰 자본 소모… 미국 홀로의 길"
트럼프 "관세, 죽은 나라를 가장 뜨거운 나라로"
'미국 우선주의'가 던진 역사적 시험대
DENMARK USA TRUMP PROTEST
덴마크 참전용사들이 1월 3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인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떨어져 있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항의해 미국 대사관까지 침묵 시위 행진을 벌이고 있다./EPA·연합
국제사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경제 전략을 둘러싼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동맹국들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며 미국을 고립의 길(America Alone)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제·외교 전략이 미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되돌렸다고 같은 날 WSJ에 기고문 형식으로 정면 반박했다.

트럼프 평화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2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새로운 국제기구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헌장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EPA·연합
◇ WSJ "동맹 잃은 美, '홀로'"..."동맹, 학대적 관계 느끼며 美 이탈 중"

WSJ는 트럼프 행정부 2기 1년 동안 진행된 공격적인 대외 정책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자산인 소프트파워와 동맹 시스템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독일 베를린을 출발점으로 미국의 변화를 설명했다. 냉전 시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나도 베를린 시민이다(Ich bin ein Berliner)" 연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베를린 장벽 붕괴 발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유럽 동맹 복원 메시지가 울려 퍼졌던 도시에서, 오늘날 미국을 향한 감정은 냉소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WSJ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이제 '아메리카 홀로(Alone)'를 의미하게 된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동맹국들이 미국을 파트너가 아닌 '괴롭히는 존재(Bully)'로 인식하고 그 관계를 '학대적 관계(abusive relationship)'로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년간 다자간 외교 체계에서 탈퇴하고, 핵심 다자기구에서 빠져나왔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는 등 전통적 동맹 전략과 거리를 두는 정책을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또한 동맹국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등 무리한 요구를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그린란드 성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월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이미지로 J.D. 밴스 부통령(왼쪽)·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함께 그린란드에 대형 성조기를 꽂고 있다./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 트럼프 "미국 없인 독일어 썼을 것"… 동맹 비하에 커지는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참전과 관련해 유럽 동맹국들을 겨냥해 "전쟁은 우리가 크게 이겼다. 미국이 없었다면 지금 여러분은 모두 독일어를, 어쩌면 일본어도 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동맹 비판이 결합된 대표적 사례로 회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덴마크는 독일군과 6시간도 싸우지 못했다"며 덴마크와 다른 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보호 없이는 존재 의미가 퇴색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유럽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동맹을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으로 동맹국들은 미국을 예전처럼 신뢰하지 않게 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미국과의 관계가 재조정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GERMANY-LITHUANIA-POLITICS-DIPLOMACY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와 잉가 루기니에네 리투아니아 총리가 1월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 관저 앞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AFP·연합
◇ 獨 71% "미국은 적"…유럽·아시아서 반미 정서 확산

WSJ에 따르면 독일·영국·캐나다·한국 등에서 미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을 '적(adversary)'으로 여기는 비율이 71%를 기록했고, 한국인의 약 절반이 미국을 위협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정직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등 전통적 우방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는 미국을 중국보다 더 큰 위협으로 보는 의견이 나타났으며, 미국 방문 관광객 수는 감소했다.

신문은 이런 여론 변화가 미국의 경제적·문화적 영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 국가는 새로운 무역·안보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상호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57개 경제주체(56개국·지역+유럽연합<EU>)별 상호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
◇ 트럼프의 반격 "관세, '죽은' 美 경제, '뜨겁게' 만든 지렛대"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분석을 '글로벌리스트들의 오판'이라 일축하며,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근거로 자신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관세 정책을 "지난 50년 중 가장 큰 경제정책 충격"이라며 전문가들의 비관론이 "완전히 틀렸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선 이후 증시가 52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낮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성장을 동시에 이뤘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세금'이라는 비판에 대해,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를 인용하며 관세 부담의 80%는 외국 생산자와 중간 상인이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게 감소했고, 관세가 성장을 촉진해 미국이 1년 전 '죽은 나라(DEAD country)'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HOTTEST country)'가 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단순한 장벽이 아닌 강력한 외교적 지렛대로 정의했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조선업 투자 확대, 일본과의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 등을 성과로 꼽으며 기존의 군사 동맹을 '경제 안보 영역(realm of economic security)'으로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는 다시 세계의 엔진이며 다른 나라들은 미국을 따라간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무너진 '신뢰 자본' vs 수치로 증명한 '미국 부활'

두 시각의 충돌은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미국의 전통적 신뢰 자본(trust capital)을 소모하며 동맹을 흔들고 있다고 진단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수치와 투자 성과를 중심으로 미국의 부활을 단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고문 말미에서 비판론자들을 향해 독설에 가까운 조롱을 던지며 글을 맺었다. 그는 "이제 관세 회의론자들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WSJ의 편집진에게 '트럼프의 말이 모두 옳았다(TRUMP WAS RIGHT ABOUT EVERYTHING!)'는 문구가 적힌 자신의 상징인 빨간 모자를 써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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