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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그 이상…유통 대기업이 결제대금 지급 앞당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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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01. 27. 18:18

대기업 조기대금 지급 AI가 생성한 그립
본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내수 위축과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유통 대기업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 결제대금을 앞당겨 지급하며 시장에 현금을 조기 공급하는 역할에 나서고 있다. 상생 차원을 넘어, 협력사 자금 경색이 소비 위축과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경기 완충 효과가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과 롯데건설, 롯데홈쇼핑, 롯데이노베이트 등 27개 계열사를 통해 1만3000여개 협력사에 납품 대금 1조749억원을 조기 지급한다. 지급 시점은 기존보다 평균 8일 앞당겨 설 연휴 이전에 이뤄진다. 롯데는 2013년부터 명절을 앞두고 대금 조기 지급을 이어오며, 이를 협력사 자금 운용을 지원하는 정례적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설을 앞두고 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대금을 지급한다. 조기 지급분과 기존 거래 조건에 따른 정기 지급분을 합산한 금액으로, 최대 7일 앞당겨 집행된다. 신세계는 평상시에도 매달 3~4차례에 걸쳐 대금을 지급해 협력사들의 자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 15개 계열사와 거래하는 약 9천 곳의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2332억 원의 결제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당초 지급일보다 최대 10일 앞당긴 것으로, 설 연휴 전인 다음 달 10일 지급이 완료될 예정이다.

내수 위축과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유통 대기업들의 결제대금 조기 지급은 협력사 지원을 넘어 경기 흐름을 완충하는 역할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가 둔화될수록 중요한 것은 매출 규모 자체보다 현금이 언제 시장에 풀리느냐인데, 지급 시점을 앞당기는 것만으로도 명절을 앞둔 협력사들의 실제 지출 여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인건비, 원재료비, 외주비 등으로 이어지는 자금 집행이 앞당겨지면서 현금이 빠르게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계와 지역 상권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특히 고금리 환경에서는 지급일이 7~10일만 앞당겨져도 협력사들이 체감하는 금융비용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단기 대출이나 어음에 의존하던 자금 운용이 완화되면서, 대기업의 현금이 사실상 중소 협력사의 이자 비용을 대신 흡수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정책금융이나 금리 인하 없이도 민간 차원에서 작동하는 간접적 금리 완화 장치로 볼 수 있다.

또한 협력사 자금 경색을 사전에 완화함으로써 납품 차질이나 생산 위축을 막고, 공급망 불안이 물가 상승이나 소비 위축으로 번지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의미도 있다. 협력사의 유동성 문제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조기 지급은 경기 하방 압력을 줄이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수단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설 명절 전 조기 지급이 연중 가장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 대기업의 직접 소비보다 협력사를 경유한 지출이 파급 범위가 넓은 만큼, 이번 조치는 침체된 내수 환경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기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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