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에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배신도 마다하지 않아야 성공한다"는 착각이 상당히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그런 배신은 대개 성공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자신과 자신이 속했던 조직을 망친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실패를 넘어, 사람과 소신을 배신한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 후보자는 안타깝게도 다음 네 측면에서 '배신'을 저질렀다. 우선 이 후보자는 권력을 좇아 자신을 세 차례나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정당과 당원을 배신했다. 이 후보자는 보수 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내며 그 혜택을 온전히 누려왔다. 하지만 '국민주권 정부'가 장관직을 제안하자, 망설임 없이 동지들을 등졌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신했던 유승민 전 의원이나, 자신을 발탁한 임명권자에게 '내란' 프레임을 씌워 공격한 한동훈 전 대표의 행보와 판박이다.
둘째,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신의를 저버렸다.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정치적 색깔과 신념을 분명히 드러내고 지지를 받는 존재다. 지역 주민들은 그가 보수적 가치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대변할 것이라 믿고 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는 장관 자리 하나를 위해 주민들이 위임한 정치적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폐기했다. 이는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셋째, 유인구조가 살아있고 정보 활용 측면에서 우월한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려는 수많은 경제학자와 지식인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혜훈 후보자는 주류 경제학을 공부하고 국책 연구기관을 거친 경제전문가로서 국가 채무의 누증을 경계하면서 건전 재정의 중요성을 수년간 역설해 왔다. 그러나 장관 자리를 얻기 위해 평생 쌓아온 학문의 논리를 버리고 갑자기 현 정부의 적자 재정을 적극 옹호하기 시작했다.
이는 유승민 전 의원이 시장경제의 번영 요인을 집약한 '줄푸세' 공약, 즉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운다"는 정책 공약을 입안했지만, 나중에 '사회적 경제'로 입장을 바꾼 것에 비견된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공개적인 토론에서 왜 입장을 바꿨는지 해명하기라도 했지만, 이 후보자는 그런 과정조차 없이 갑자기 '지적 배신'을 했기에 과거 비슷한 관점을 지녔던 지식인 공동체에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넷째, 이 후보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소신과 영혼을 배신했다. 그는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장관 자리를 얻기 위해 과거의 발언을 부정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파트 부정 청약, 자녀 입시, 자녀 병역 의혹, 보좌진 갑질 등 이른바 '4대 논란'은 "더 누리기 위해 반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인상까지 주었다.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이 후보자는 장관직이라는 헛된 욕심을 위해 자신의 명예와 남편, 아들들의 인격까지 도마 위에 올리며 스스로를 매장시키는 자업자득의 길을 걸었다.
배신은 응징돼야 마땅하다. 10·26 김재규의 총탄부터 유승민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동참, 그리고 한동훈의 윤 대통령 배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흔든 비극의 중심에는 언제나 배신의 정치가 있었다. 그런 배신이 성공해서 우리 사회에 배신이 만연해서는 우리의 가정, 직장, 사회, 국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최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제명하는 결정을 내려 배신의 정치에 철퇴를 내린 것처럼, 이혜훈 후보자의 지명 철회 역시 배신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준엄한 경험칙을 재확인해 주었다.
합리적이고 적당한 욕심은 삶에 의욕을 불어넣는 활력소다. 그러나 이를 벗어난 '장관 자리'에 대한 과욕과 배신의 결과는 참담했다. 이번 이혜훈 후보자의 기획예산처 장관 낙마 사태가 반면교사가 되어 우리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과욕과 배신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김이석 논설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