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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출근길 지옥, 모빌리티 혁신 막은 ‘정치 실패’의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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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27. 18:00

-서울 버스 파업에 따른 출근 대란 '타다 금지법'으로 모빌리티 혁신 막은 대가
-배차·결제·요금·민원·안전 관리가 데이터와 규칙으로 표준화하는 혁신 기회 잃어
-현재 국회에서 '닥터나우 방지법'을 두고 '타다금지법' 때와 비슷한 장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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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연초 한파에 서울시 버스 파업이 겹치며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버스 운행이 멈추자 시민들은 지하철과 택시로 몰렸고 곧바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사태 직후 "준공영제의 비효율," "임금 협상," "요금 인상 전망" 등을 두고 논쟁이 가열됐지만 이 혼란의 본질은 버스·전철·택시로 고정된 우리 대중교통 생태계의 취약성이다. 대체 수단이 충분하면 도시 기능은 유지되고 출근길 지옥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20대 국회가 입법으로 호출형 모빌리티 서비스인 '타다'의 운영을 사실상 가로막았던 결정이 다시 한번 아쉬워진다. 대체 교통수단의 부재는 출근길 지옥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수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당시 타다에 대한 쟁점은 안전, 보험, 요금, 노동 조건 등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타다의 진입 자체를 어렵게 만듦으로써 쟁점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기준을 고도화하는 기회를 박탈했다. 교통산업 전반의 잠재성도 약화됐다.

한 번 강하게 규제된 분야는 후속 사업자와 투자자에게 불리한 신호를 준다. 사업성보다 정책 불확실성이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 자본과 인력은 이탈한다. 특히 장기 투자가 필요한 서비스 산업일수록 정책 안정성이 낮으면 시장은 먼저 발을 뺀다. 또한, 기존 서비스는 혁신과 품질 경쟁력을 개선할 기회를 잃었다. 호출형 모빌리티는 단순히 '새로운 이동 수단'이 아니라 배차·결제·요금·민원·안전 관리가 데이터와 규칙으로 표준화되는 과정이다. 경쟁이 작동하면 기존 택시도 앱 호출, 배차 효율, 서비스 품질에 투자할 유인이 생긴다. 반대로 경쟁 압력이 사라지면 평시에 누적돼야 할 개선이 지연되고 혼란은 위기 때 증폭된다.

더 큰 문제는 이 비용들이 규제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정치 실패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타다 금지는 정치가 기존 서비스와 이해 조정에 실패하여 규제가 혁신을 사전에 가로막은 사례다. 타다 논쟁은 한 기업의 생존이 아니라 플랫폼 기반 운송 서비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경로를 어떻게 열어 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타다는 기존 택시와 경쟁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시간·지역에 따라 공급을 조정하고 대중교통이 취약한 구간을 메우는 방식으로 교통망의 빈틈을 보완할 가능성도 갖고 있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우버(Uber), 리프트(Lyft) 같은 호출형 모빌리티 서비스가 규제 논쟁을 거쳤고 요금, 노동, 안전 문제를 두고 조정을 계속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아 대중교통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타다 금지 이후 호출형 모빌리티 서비스가 시범과 개선을 거쳐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훼손됐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추상적인 이유로 시장을 닫아두기보다 불필요한 진입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서비스가 경쟁할 수 있도록 열어두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무(無)규제를 뜻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원칙적 허용과 사후 규율이다. 예를 들어, 안전·보험 기준의 하한을 명확히 두고, 요금·배차 원칙 공개와 데이터 제출 의무를 부과하되, 위반 시에는 강력한 제재로 책임을 묻는 방식이 가능하다. 책임에 대한 엄격한 제재는 오랫동안 규제를 받았던 기존 서비스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또한, 기존 업계의 전환 비용은 별도의 정책으로 다루고 그 비용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타다 금지법을 반대했던 20대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임기 후 국회로 돌아오지 못했다. 또한, 지금 국회에서는 의사 출신 의원들의 주도로 다시 이른바 '제2의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혁신을 제도 안으로 들여오는 시도보다 갈등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차단이 정치적으로 타협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타다 금지를 "정치가 이해관계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신산업 혁신을 가로막은 사례"라고 비판한 점은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제 이해관계 충돌을 빌미로 혁신을 문밖에 세워두는 정치에서 벗어나 경쟁을 허용하고 데이터를 쌓아 규칙을 고도화하는 제도로 넘어가야 한다. 출근길 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기존 질서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제도 안에서 키우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정치 리더십에서 시작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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