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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태, 美 투자사 ISDS·USTR 제소로 확전…한미 통상 분쟁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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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23. 05:45

그린옥스·알티미터 "한국 정부 규제 차별적"
무역법 301조 조사 요청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대응 놓고 기업 규제에서 정부 간 통상 이슈로 비화
미, 관세 등 무역 보복 가능성에 한미관계 긴장
국회에 모인 자영업자들 “쿠팡 규탄”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쿠팡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연합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Greenoaks)와 알티미터(Altimeter)가 한국 정부의 규제가 "차별적이고 징벌적"이라며 미국 정부에 조사 착수와 무역 구제 조치 검토를 요청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에 따른 국제투자분쟁(ISDS) 사전 절차에 착수했다.

◇ 쿠방 투자사들, 美 USTR 청원·ISDS 제소 '동시 공략'..."관세 폭탄 터지나"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들 투자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청원서를 제출하며 한국 정부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불공정 무역 관행에 해당한다며 관세를 포함한 무역 구제 조치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중재 의향서를 한국 법무부와 청와대에 발송했다. 이는 국제 중재를 통해 투자 손실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사전 단계다.

◇ 쿠팡 약 3370만명 정보 유출, 한국 정부 고강도 조사 후 주가 27% 곤두박질

이번 사태의 핵심 계기는 지난해 11월 30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다. 약 3370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이 사고 직후, 한국 정부는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정보 유출 사실이 공개된 이후 쿠팡의 주가는 약 27% 폭락했으며, 시가총액은 약 370억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약 14억달러(그린옥스)와 2억1000만달러(알티미터) 상당의 지분을 보유한 이들은 한국 정부의 과도한 대응으로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 경찰 출석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시 원내대표를 만나 식사를 한 박대준 전 쿠팡대표가 8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연합
◇ 美 투자사 "한국 정부, 마피아 소탕하듯 기업 옥죄어"

투자사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커빙턴(Covington)은 한국 정부의 대응이 통상적인 규제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의 한국 및 중국 경쟁 대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보 유출과 무관한 노동·금융·관세 분야까지 광범위한 조사와 감사를 벌이며 사실상 '영업 마비(cripple business)'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총리가 지난해 12월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각오로 시장 질서를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투자사들은 이 발언이 사실상 쿠팡을 겨냥한 적대적 캠페인의 증거라고 명시했다.

◇ 이재명 대통령 "주권 침해 용납 못 해"… 통상 문제와 '선 긋기'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에 선을 그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정보 유출 사고를 냈다면 미국 정부도 똑같이 대응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통상 문제와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의원들과 USTR 관계자들에게 이러한 입장을 설명해 이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가동해 법률적 쟁점을 검토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90일 '냉각기', 골든타임… 협상 결렬 땐 미, 보복 조치 가능성

이번 조치로 인해 한·미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재 의향서 제출 후 90일간의 '냉각기간(cooling-off period)'이 주어진다. 이 기간에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본격적인 국제 중재 소송이 시작된다.

USTR은 청원 접수 후 45일 이내에 공식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사가 시작되면 공청회를 거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실제적인 무역 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악시오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벤처캐피털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외교적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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