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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대형마트 영업규제 푸는 게 쿠팡제재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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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1. 18. 18:07

-대형마트·SSM 심야영업 규제 풀어 온라인 경쟁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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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논설위원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 규제 이득은 의도와 달리 편의점·복합쇼핑몰·온라인쇼핑 등이 보고 있다. 해당 조항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인 전통시장 등의 보호 효과는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해도 미미한 데 비해 제한·침해되는 공익은 월등하게 크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대형마트의 심야영업을 금지하고 한 달에 이틀 이상 휴무를 의무화한 유통산업발전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할 당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던 조용호 전 헌법재판관이 내세운 논리다. 당시는 8 대 1 소수의견에 그쳤지만, 7년 반이 지난 지금 대형마트 규제폐지론의 중요한 근거로 등장했다. 조 전 재판관의 판단과 예상이 쪽집게처럼 적중했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 7곳이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2 1~3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2년 1월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 12조2는 지자체장이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형마트 직원에게 휴식을 보장하고, 전통시장과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이 규정을 근거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대형마트의 심야영업을 제한하는 동시에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했다. 이후 정부가 의무휴무일을 공휴일로 정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손보면서 평일 휴무로 전환한 지자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문제는 최근 급성장한 새벽배송 시장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은 여전히 뛰어들 수 없다는 점이다. 영업시간 제한규제가 오프라인 매장에 그치지 않고 점포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주문·배송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마트는 밤 시간대 매장에서 상품을 꺼내 포장 및 출고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점포를 도심형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지난 2021년 법제처 유권해석에 근거해서다.

하지만 지난 17일 시행 14년째를 맞은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이 아니라 온라인쇼핑 시장의 급성장을 부추겼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시행 이후 2024년까지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은 약 20% 감소한 반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무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8.9%에서 2025년 45%로 껑충 뛰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쇼핑 비중이 2019년 21.4%에서 불과 6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상승했다.

이런 와중에 가장 수혜를 입은 기업이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 2010년 창업한 지 불과 15년 만에 국내 '넘버원 유통업체'로 떠올랐다. 명실상부한 대기업이지만 물류센터 기반 이커머스 사업자로 분류돼 대형마트와 같은 영업규제를 받지 않는다. 24시간 주중 무휴 영업이 가능해 전국 단위 물류망을 구축하고 새벽배송과 당일·익일 로켓배송을 확대해 왔다. 로켓배송과 직매입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전국 30여 곳까지 대폭 확장했다.

쿠팡이 물류에 투자한 금액만 6조원을 웃돈다. 건평이 축구장 7배 반 크기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충남 천안 소재 옛 홈플러스 목천 물류센터도 경쟁사 쿠팡이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왕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매출 규모 면에서는 쿠팡이 이미 2023년 유통업체 최초로 30조원 고지를 달성하며 대형마트 3사를 앞질렀다. 쿠팡 매출액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인 2020년 13조9235억원에서 2024년 41조2901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은 27조원에서 28조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러는 사이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은 오히려 더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고작 11.5%에 불과했다. 대형마트 규제가 재래시장은 살리지 못하고, 온라인 쇼핑업체들 배만 불려줬다는 얘기다. 이미 유통시장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 아니라 온라인 대 오프라인의 대결 구도로 확 바뀌었는데 낡은 규제는 14년째 지속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우리나라처럼 대형 소매점 영업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프랑스는 근로자 휴식권의 보장을 위해 모든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을 금지했지만, 2016년 '마크롱법' 제정을 통해 관광지나 문화·여가시설에선 일요일 영업 제한을 없앴다. 유럽에서 가장 규제가 엄격했던 독일도 2006년 이후 대형점포 영업시간과 휴무제 권한을 연방 주(州)로 넘겨 대부분 규제를 확 풀었다. 미국은 연방법에 영업시간 규제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마트나 SSM의 영업규제를 철폐하거나 일부 완화하는 법안 개정안이 2024년 하반기부터 다수 발의됐지만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 오히려 여야는 지난해 11월 대형마트 영업규제 관련 법안의 일몰 시점을 2029년까지 4년 더 연장했다. 입으로는 전통시장 보호를 외치지만 진짜 속내는 상인들 표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위헌 소지 탓에 전면적인 규제폐지가 어렵다면 영업규제 시간에도 대형마트 등의 온라인 영업을 허용해 새벽배송만이라도 가능하도록 해주는 게 옳다. 그것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바로 세우는 길이다. 대형마트 규제완화를 통한 온라인 영업경쟁 촉진이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하지 않는 쿠팡의 '배짱 영업'을 견제할 넘버원 수단이기도 하다.

설진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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