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發 전력난에…정부 원전 정책 ‘변화’ 감지
현대·삼성·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 수익성 돌파구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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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정책·제도적 제약으로 국내 원전 사업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해외 원전 수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며 시공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이들 건설사의 원전 시공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국내외 대형 원전 프로젝트 참여 폭이 확대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택 경기 침체로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의 신규 원전 추진 기조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고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신한울 3·4호기 등을 포함해 약 8조~1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국내 원전 건설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25조~3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물량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국내 원전 관련 건설 일감이 현 수준보다 3배 이상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배경에는 새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 변화가 자리한다. 그간 국내 원전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온 정부가 최근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자 신규 원전 건설을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공개 예정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논의 중이다.
검토 대상은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다. 이는 윤석열 정부 시절 수립된 '제11차 전기본'에 포함됐던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해당 계획은 사실상 유보 상태에 놓였었지만, 최근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업무보고를 통해 "정부 정책 방향과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신규 원전 3기에 대한 건설 부지 확보를 적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사업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가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지난 13~15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 54%가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중단됐던 국내 원전 프로젝트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주택·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건설업계에 '단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익성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원전 1기당 건설비를 8조~9조원, SMR 1기를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3기가 모두 반영될 경우 단순 건설비 기준으로 최대 23조원 이상의 신규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EPC(설계·조달·시공)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신규 원전을 상당 수 주관·시공하는 건설사 한 곳당 총 매출 기여 규모는 5조~8조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 기간이 통상 7~10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으로는 5000억원에서 1조원 안팎의 매출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을 대표적인 수혜 후보로 꼽는다. 현대건설은 현재 국내 최대 원전 프로젝트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의 주간사로 참여 중이다. 국내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한 데다, 미국 홀텍(Holtec)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 SMR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팀 코리아'의 시너지를 입증한 바 있다.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국내 대형 원전 프로젝트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는 차세대 원전 기술로 꼽히는 SMR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EPC 수행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DL이앤씨 역시 엑스에너지(X-energy) 등과의 협업을 통해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력 수요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만큼,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 변화는 국내 원전 시장 확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원전 사업은 공사 기간이 길고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정책 방향이 명확해질수록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 의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