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군서 외국인 근로자 무허가 컨테이너기숙사 제공 말썽

보행자 도로에 무허가 기숙사 건축, 7년간 사용
소방안전, 기본적인 거주권과 인권 심각한 침해

함안일반산업단지 대로변 공원 입구 보행자 도로에 설치돼 있는 A사의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모습. A사가 7년 전부터 불법으로 컨테이너를 개조해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다. /오성환 기자

최근 고용노동부의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경남 함안시 내 일부 제조업 공장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무허가 가설 건축물이나 열악한 환경의 임시 숙소를 제공하는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불법 숙소'는 근로자의 안전과 주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정부의 외국인력 정책 목표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5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함안군 소재 한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무허가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기본적인 주거 환경조차 갖추지 못한 불법시설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여러 명씩 거주하게 한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고법)에서 정한 기숙사 시설 기준을 위반하는 행위다. 또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어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아시아투데이가 지역주민 제보로 지난달 27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함안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A공장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공장 부지와 인접한 보행자 전용도로에 컨테이너 박스 3동을 개조한 시설을 2018년부터 현재까지 기숙사로 제공해 왔으며, 공장 마당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 기숙사 여러 동은 2024년 함안군으로부터 건축신고 승인을 받고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함안군 군북면 일반산업단지 내 한 공장에서 설치 운영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모습. 보행자 도로를 불법 점용한 무허가 기숙사와 가설건축물 신고 승인을 받은 여러동의 기숙사가 있지만 열악한 환경이다. /오성환 기자

그러나 건축신고 승인을 받은 시설도 내부 단열이 미비하고, 소방·안전시설이 취약해 화재나 안전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높고 화장실과 세면장 등이 숙소에서 왕복 100여 m 떨어져 있는 등 기본적인 위생 및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근로기준법, 외고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적절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기숙사는 노동부의 '외국인 근로자 주거 지원에 관한 지침' 등을 따라야 하며, 컨테이너 박스 개조 기숙사일 경우 가설건축물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거주하므로 소방관계 법령 등 에 맞는 구조여야 한다.

지역 일각에서는 A공장의 경우 단지 건축법 위반을 넘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주거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보자 등은 "저렴한 비용으로 인력을 확보하려는 사업주의 이기심이 낳은 결과다" "당장 근로자들을 안전한 숙소로 옮기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A공장 관계자는 "보행자 도로에 무허가 컨테이너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를 운영해 왔음을 인정하면서 즉시 철거하겠다. 마당에 있는 기숙사 역시 점검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빠른 시간 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함안군 관계자는 "무허가 건축물에 대해서는 자진 철거를 명령하고, 불응 시 이행 강제금 부과 및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도 "불법 숙소 제공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지자체와의 합동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된 사업주에 대해서는 외국인력 배정 감점 및 고용허가 취소 등 강력한 행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