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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3370만명 털려도 뒷짐만 진 김범석…책임 비켜가는 쿠팡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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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 박주연 기자

승인 : 2025. 12. 02. 18:54

김범석 지분 8%로 쿠팡 지배
차등의결권 앞세운 지배구조 논란
국내 실익은 최대, 법적 책임은 미국
주주들 비판 속 기업영향력은 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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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도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자 의장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엔 쿠팡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자리한다. 쿠팡은 김 의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긴 하지만, 보통주 보유지분으로만 따져보면 약 8%대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21년 한국 쿠팡 지분 100%을 보유한 COUPANG InC(이하 쿠팡 Inc)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시작된 구조적 문제다.

미국에 상장한 쿠팡Inc는 국내와 달리 차등의결권을 통해 클래스A와 클래스B 주식을 발행했다. 클래스A는 일반 투자자 대상 주식으로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갖는 보통주다. 김 의장이 보유한 쿠팡 주식은 클래스B다. 이 주식은 차등의결권주로 1주당 29표에 달하는 의결권을 갖는다. 쿠팡에서 클래스B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김 의장이 유일한데, 덕분에 김 의장은 의결권 70%를 넘게 가지면서 쿠팡에 대한 지배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특히 클래스B주식은 언제든 클래스A로 전환해 매도할 수 있다. 대주주로서 영향권을 행사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영권을 쥐고 있는 1인자로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상당했던 것이다.

쿠팡은 상장 초기부터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성과에 몰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수년간의 손실을 감당해왔다. 손실 덕분에 배당도 하지 않았다. 2023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올 5월에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았다.

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현재 쿠팡Inc에 대한 김 의장의 클래스B의 지분은 73.7%(보통주 1억 5780만주)다. 여기에 지난 3월말 기준 60일 이내에 행사가 가능하거나 행사 가능해질 클래스B 보통주 660만7891주까지 포함하면 총 1억 6441만주(74.3%)에 달한다.

김 의장은 작년 세금 문제로 보유했던 클래스B주 1500만주를 클래스A주로 전환해 매도하면서 의결권 지분이 소폭 내려갔다. 당시 매도금액으로는 3억 4500만달러(한화 약 4850억원) 수준이었다. 이 외에 김 의장은 클래스B주에서 A주로 200만주를 전환해 미국 자선지급용 계좌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사업은 한국에서 하고, 세금은 미국에 낸다"는 비난이 일었던 배경이다.

쿠팡은 한국에서 총 13개의 종속회사를 100%씩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 쿠팡의 주인은 미국에 상장한 쿠팡Inc(지분 100% 보유)다. 쿠팡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떠나요·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페이·쿠팡이츠서비스·쿠팡파이낸셜 등 총 13개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7곳에서 순이익이 난다. 순익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쿠팡페이와 씨피엘비로 작년 각각 1271억원, 1277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이어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110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6곳의 종속회사가 작년 총 268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쿠팡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조 1600억원에 달했다.

한국 사업의 성장세에 쿠팡Inc는 올 3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8%, 49% 증가한 93억달러(한화 13조 6516억원), 1억 6200만달러(한화 2378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쿠팡의 본업으로 꼽히는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에서 매출액이 18%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로켓배송 등을 재이용하는 활성화 고객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2470만명으로 집계되면서 국내 유통업계서의 입지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서 유통 경쟁력을 키운 덕분에 쿠팡 Inc의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국내서 발생한 각종 사고에 있어서 김 의장은 뒷짐만 져왔다.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쿠팡 한국 법인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국내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김 의장은 한국 법인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책임에서 한 발 물러섰다. 앞서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총수지정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쿠팡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김 의장이 있다. 올 3분기 기준, 쿠팡Inc의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소프트뱅크의 투자부문인 SB인베스트먼트가 17.35% 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베일리 기포드가 9.01%, 모건스탠리가 4.08%, Blackrock Inc. 3.85% 등의 순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의 클래스B주가 클래스A주로 전환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클래스A주 기준으로는 8.8% 수준의 쿠팡Inc 지분을 보유한 셈이다. 일반 주식 보유 비율로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김 의장이 최대주주다. 쿠팡이 미국에 상장을 한 결정적 요인은 상당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 언제든 자금 조달도 쉬운 마법의 클래스B주가 있는 셈이다. 실제 쿠팡Inc는 미국 상장신고서에서 "김범석이 클래스B의 소유주이자 창업자로, IPO(기업공개) 이후 76.7%의 의결권을 보유할 뿐 아니라 이사 선임을 포함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들의 결과를 통제할 능력을 갖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는 쿠팡이 미국에서 상장한 만큼 한국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쿠팡은 한국인이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법적으로는 미국 법인"이라며 "국내에서 피해가 발생해도 한국 법체계로 총수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적 공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법인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갈 여지가 생기는 만큼, 국내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선 정부가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통해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서영 기자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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