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간 흥행 정상에 오른 건 통합전산망 도입 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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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하 '무한성편')은 누적 관객 564만1537명을 동원했다. 일본 영화가 국내 연간 흥행 정상에 오른 것은 통합전산망 도입 이후 처음이며 애니메이션이 한 해 전체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것 역시 전례가 없다.
국내 성과는 '무한성편'이 이미 해외에서 만든 흐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같은 날 박스오피스 모조 집계에 따르면, 이 작품은 미국을 포함한 38개국에서 6억1179만 달러(약 9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흥행의 중심에는 '최종화 첫 국면'이 가진 서사의 무게가 있다. '무한성편'은 원작의 결말을 3부작으로 예고하며, 첫 편에서 귀살대와 혈귀가 무한성 내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구조를 택했다. 캐릭터별 감정선을 확장하고 빌런에게까지 배경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이 원작 팬들의 감정적 몰입을 강화하며 N차 관람을 견인했다.
특수관 중심의 관람 경험도 강력한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4DX·IMAX·돌비시네마 등 체험형 포맷의 관람 비율은 약 19%로 총 106만 명이 특별관을 선택했다. 특히 '무한성편'의 4DX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2930만 달러(약 431억2960만 원)를 기록하며 올해 4DX 상영작 중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CGV 관계자는 "캐릭터별 사연과 감정선이 4DX의 오감 효과와 결합해 몰입도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굿즈 중심 상영 이벤트는 팬덤 소비 패턴과 정확히 맞물렸다. 개봉 첫 주부터 주차별로 다른 굿즈가 제공됐고 일륜도 키링·캐릭터 스티커·성우 인터뷰북 등 팬층을 겨냥한 아이템이 반복 관람을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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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주요 국가에서 초대형 실사 블록버스터의 부재가 애니메이션 작품의 존재감을 더 키웠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 '겨울왕국 2'나 '알라딘' 같은 천만급 애니메이션도 실사 대작에 밀려 연간 1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여러 시장에서 실사 프랜차이즈 공백이 생기며 애니메이션이 극장가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부상했다.
'무한성편'의 성과는 단순한 작품 흥행을 넘어 극장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액션·특수관·굿즈·현장 이벤트가 결합된 '복합 관람 모델'이 국가별 문화 차이를 넘어 동일하게 작동했고, 팬덤 기반 소비 구조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극장가 흐름이 실사 블록버스터 중심에서 점차 분화되고 있다"며 "애니메이션이 팬덤의 반복 소비·특수관 수요를 흡수하며 극장 산업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