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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칼럼] 인구 위기, 해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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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19. 17:21

이종화 고려대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 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아이 울음소리는 줄고 마을의 초등학교는 문을 닫는다. 반면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계속 늘어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국가 소멸' 같은 과도한 비관론도 등장한다. 그러나 인구 구조 변화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과제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0%를 넘어서 2050년에는 40%까지 늘어난다. 기대수명이 길어져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전체 인구는 줄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하위다. 출생아 수는 지난 20년 동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체 인구는 2024년 5175만명을 정점으로 2050년 471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혼인율 하락이다. 1990년 25~49세 여성의 92%가 결혼했지만, 2020년에는 68%로 떨어졌다. 혼외 출산 비중이 낮은 한국에서는 결혼 감소가 곧 출생아 감소로 이어진다. 결혼한 부부도 출산을 주저한다. 혼인부부의 평균 출산율은 같은 기간 3.0명에서 2.1명으로 낮아졌다.

청년층의 미래 불안, 높은 교육비와 주거비는 결혼·출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여성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늘면서 결혼과 출산의 기회비용이 더 커졌다. 가사·돌봄 부담은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수도권의 높은 집값과 과도한 사교육 경쟁은 결혼·출산의 비용을 끌어올렸다.

현재의 노년층은 과거보다 건강하고 교육 수준도 높다. 그럼에도 많은 50~60대가 조기 퇴직하거나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다. 그와 동시에 고령층 고용률은 OECD 상위권일 만큼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 문제는 고령층이 원하는 생산적이고 만족할 만한 일자리가 충분한지, 재교육·재취업 체계가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갖추어졌는지, 그리고 고령층 고용 확대가 청년층 일자리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되고 있는지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성장률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다. 경제성장률은 노동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과 노동인구 증가율이 합해져 결정되는데, 한국은 두 요인이 모두 둔화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생산성 증가율도 낮아지면서 성장 잠재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다행히 인구 구조 변화의 충격은 정책 선택에 따라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출산율은 결코 올릴 수 없는 수치는 아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결혼·육아 비용을 줄이고 주거 불안을 해소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성평등을 강화하는 종합적인 정책을 꾸준히 실행하면 출산율을 1.2명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다. 일본·스페인 등 저출산 선진국들이 유지하는 수준이다. 혼외 출산이나 이민이 늘면 더 높은 출산율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주거와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신혼부부가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안정적 주거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혼은 지연되고 출산은 더 어려워진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장기 공공임대·준(準)공공 주택 공급을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 교육비·육아비 경감을 통한 사교육 완화도 필수다. 부모가 자녀 양육 비용을 걱정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늘리면서도 출산과 조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유연근무를 확대하며, 남성의 돌봄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임금·승진에서의 성차별을 줄이고 육아휴직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곧 출산 친화적인 사회다.

노년층의 노동시장 참여는 필수지만, 단순한 정년 연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선을 함께 추진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노년층 고용이 청년층 일자리와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직무를 세분화하고 산업별 역할을 조정해 고령층은 경험이 필요한 분야에서, 청년층은 기술·혁신 중심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교육·직무 전환, ICT 교육, 건강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도시 노인을 위한 지역 기반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

노인 인구의 상당수가 조기퇴직과 소득 불안으로 충분한 준비 없이 '생계형 창업'에 내몰린다. 창업 전 의무교육·사업성 검증·상권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지역 기반 재취업 플랫폼을 구축해 전문 경력을 살린 파트타임·단기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생계형 창업을 줄이고 재취업 기회를 넓히는 것이 고령층의 안정된 노후와 노동시장 효율 모두에 기여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규제, 금융, 공공, 연금, 교육, 노동 등 6대 구조개혁을 추진하여 잠재성장률을 높일 계획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층 일자리를 늘리고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규제 완화와 주거, 보육, 고령층 재취업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연금, 교육,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인구 변화는 어려운 도전이지만, 출산율을 조금씩 회복시키고 고령층의 역량을 잘 활용한다면 충격을 완화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현재와 미래 세대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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