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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테이블 코인은 ‘당백전의 반복’이 아닌 ‘디지털 시대 진화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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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4. 16:41

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지난달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서를 시장에 공개했다. 뉴스 매체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를 분석해 소식을 전했다. 한국은행 보고서 중 스테이블코인을 조선시대 '당백전'이 될 수 있다고 꼬집은 부분이 가장 눈에 띄었다. 역사적 실패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보여졌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비유는 역사적 실패를 억지로 현대 기술에 적용한 '공포 마케팅'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보인다. 당백전은 가치 없는 정부 남발의 산물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자산 연동과 투명성으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대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은 조선 시대의 화폐 혼란을 극복한 현대 금융의 성과가 될 수 있다.

당백전은 조선 정부가 세도 정치 후 왕실 권위 회복 비용과 지방 재정 분권화로 인한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당오전(오푼 가치)의 20배(100푼) 가치를 주장하며 발행한 동전이다. 그러나 실제 구리 함량은 거의 변하지 않아 내재 가치가 없었고, 강제 유통 시도로 물가 폭등을 초래했다. 심지어 당백전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백성들은 당백전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했고, 시장에서 기피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당백전과 달리 법정통화와 1대1 연동을 위해 100% 이상의 준비자산(국채, 은행 예금 등)을 보유한다. 예를 들어, USDC나 USDT의 발행사는 외부 감사를 통해 준비금 증명을 의무화한다. 이는 당백전처럼 '액면만 높인 무담보 화폐'가 아니라, 실제 자산으로 뒷받침되므로 신뢰할 수 있다. 만약 발행사의 준비자산이 부족하다면 규제 위반 사항일 뿐, 본질적 결함이 아니다.

당백전은 발행 과정이 불투명했다. 정부가 재정난을 숨기고 과도하게 주조했다. 백성들은 화폐의 실제 가치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확인할 수 없으니 신뢰 붕괴는 가속화됐다. 물가는 상승했고, 서민들은 고통을 받았다. 지방마다 다른 규제책(도결 제도)은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악화시켰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술로 모든 거래와 준비자산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USDT를 발행하는 테더사(社)는 분기별 감사 보고서를 통해 준비금 구성을 증명한다. 발행량의 경우 누구나 온체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당백전의 불투명성과 정반대다. 한국은행이 '신뢰 부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 사태는 대부분 알고리즘형(무담보)에서 발생했다. 과거 USDC가 디페깅 사태를 겪은 바 있었는데, 이는 오히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로 인한 것이었다. 시장은 USDC의 본질적 결함이 아니라고 판단, USDC의 가치는 다시 법정통화와 1대1 연동을 회복했다.

또한, 당백전의 동기는 왕권 강화와 재정 확보를 위한 '무모한 정책'으로, 정치가 화폐 발행 차익을 노린 것이었다. 이는 동서양 역사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악화(惡貨) 발행' 사례로, 군주의 부당 이득 추구가 경제를 파괴한 것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이 지급 효율성 제고와 글로벌 거래 편의를 위해 발행한 것으로 이익 추구는 맞지만, 이는 규제된 시장에서 경쟁하며 안정성을 유지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의 '민간 이익 우선'을 비판하지만, 사실 은행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경고는 '신뢰 부족'을 강조하지만, 이는 민간 발행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비추어질 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국제 규제가 의무화됐고, 한국도 국회에서 입법과정에 있다. '당백전의 무규제 실패'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과거의 실패를 이유로 미래를 가로막지 말자. 

/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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