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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시재생 모델로 떠오른 동해 묵호 옛 골목 속속들이 둘러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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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10. 23. 10:58

묵호역 붉은언덕과 논골담길 등 7080 정취살리는 작업 성공
레트로 감성 좋아하는 MZ세대 성지 떠올라 발길 이어져
심규언 시장 시민지지로 3선하며 도심곳곳에 스토리텔링 입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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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언 시장(오른쪽 세번째)은 현장을 찾아 모든 구성원들과 답을 찾는 스타일이다. 심 시장이 최근 무릉별유천지 쇄석장 문화재생 2차사업 실시설계용역 최종보고회를 마치고 직원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우리나라와 이웃 일본의 도시들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도시 소멸로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광업과 어업이 융성했던 소도시는 지난 30년 사이 인구가 최고 90% 까지 줄었다. 그래서 도시재생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동해시도 지역소멸 위기에 처했다. 동해는 석탄과 철광, 시멘트 등 광업이 1960~1980년대 융성했다. 명태와 오징어 등 동해의 풍성한 수산물로 1990년대 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묵호항은 발디딜 틈 없었다. 인구 5만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2700명이 채 안된다. 100여명이 다니던 대형 어린이 피아노학원은 문을 닫고 흔적만 남았다.

심폐소생술이 급했다. 수술은 2012년 심규언 시장권한대행 때 시작됐다. 책상 위 보고서보다는 직접 현장에서 문제와 답을 찾았다. 동해시청사 신축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동해시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빚내서 청사 짓고 이자내다 보면 재정상황이 더 열악해져 도시재생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결정판인 묵호 논골담길과 도째비골은 이렇게 탄생했다. 1960~1980년대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베인 이곳은 옛 정취를 살려 MZ세대의 성지로 떠올랐다. 50년간 석회석을 채광하던 광산은 문화재생을 통해 무릉별유천지로 다시 태어났다. 심 시장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낙후 지역의 경제를 회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지역 문화와 역사를 접목했다. 도시재생은 힘을 발휘해 관광 100선으로 선정됐고, 대한민국 관광대상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참으로 어려웠지만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민의 지지를 받아 3선을 했고 동해시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묵호역에서 내리면 어달리해변까지 이미 인기코스다. 이제 그의 관심은 나름의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묵호역 맞은편 발한과 동호마을 등이다. 심 시장은 근현대 스토리와 50여년간 들어선 다양한 건축물, 지붕, 자연미가 넘차는 골목길에 주목했다. 도시설계 전문가 이형재 관동카톨릭대 교수는 동해는 생활공간 동선을 매우 잘 꾸며진 도시라 했다.

그 결과 관광객 200만명이 증가하고 인구소멸로 부터 버틸 힘이 생겼다. 심 시장은 임기 막바지 현장을 누비며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고 있다. 심 시장과 함께 묵호읍 일대 도시재생 현장을 찾아 주변 골목길까지 누볐다. 묵호역 앞 붉은언덕 부터 살펴봤다. 묵호역~붉은 언덕~청소년공원~묵호성당~연필박물관~발한도서관과 독서공원~동해중앙교회~동호지구 바닷가~책방마을~발한미술관~묵호바다중앙시장 등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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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한지구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꾸며진 청소년 공원. 묵호역 바로 앞 붉은 언덕 길 왼쪽에 있다.
◇묵호역과 주변 골목은 동호마을과 연결된 환상의 콤비
붉은 언덕은 차선 없는 골목 길이다. 삼척에서 북평을 걸쳐 묵호까지 뚫린 묵호 최초의 비포장도로였다. 비만 오면 붉은 진흙이 질퍽거려 붙여진 이름이라고 동해문화원 홍협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붉은 언덕길 왼쪽에는 발한지구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꾸며진 청소년공원이 있다. 공원은 아담한 작은 성 같다.

주변 좁은 골목길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길 사이로 인심이 넉넉해 보이는 작은 집들이 있었다. 마당 넘어온 대추나무와 옆집에서 내놓은 화분 속 꽃들이 정겹다. 발길을 묵호역 큰길 쪽으로 틀었더니 요즘 MZ세대들에게 유명한 게스트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앙증맞았다. 외벽도 눈길을 잡았다. 남성·여성용이 따로 있는 하우스가 특색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면 묵호소극장이 있다. 저녁이면 동해의 명가수들이 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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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성당은 '묵호바다의별성당'으로 불린다. 성지순례가 이어지는 명소다.
이어 묵호성당으로 방향을 틀었다.묵호바다의별성당으로 불리며 성지순례가 끊이지않는 명소다. 조만간 강원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 라일락 주임 신부가 묵호에서 공산군에게 잡혀 강릉으로 끌려가던 중 1950년 8월 29일 이곳 밤재 터널 인근에서 총살을 당해 순교했다.

성당을 뒤로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동해중앙교회가 보인다. 묵호의 삶과 정서가 느껴지는 오래된 건축물이 시선을 잡았다. 열려있는 대문안에 자유롭게 핀 꽃 한 송이, 익어가는 감이 정겹다. 교회 잔디마당은 밟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정리가 잘 됐다. 묵호항 쪽으로 교회 종이 보였다.종탑으로 다가선 순간 또 다른 별천지를 보았다. 묵호등대와 논골담길 그리고 묵호항과 바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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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전 동호마을은 농업지구였다. 그래서 물이 귀해 곳곳에서 물부족으로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당시 모습을 예술로 승화한 '물지게 싸움놀이'를 벽화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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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지구 입구 동해중앙교회. 잔디밭 종탑 넘어로 묵호항과 바다가 펼쳐진다. 굴곡진 산 아래로 다채로운 집들과 묵호 시내가 보인다.
묵호역 골목길 정상에 올라와야 묵호항이 보인다. 해돋이며, 파란 가을하늘, 눈 내리는 날의 눈덮인 풍경을 상상했다. 길목에서 만난 두 아이 엄마는 "동해 곳곳은 아이들의 체험 놀이터다. 더불어 자연이 넘친다. 그래서 아이들은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만끽한다"고 했다.

책방마을 가는 길에 민속놀이 벽화 '물지게 싸움 놀이'가 보였다.동호마을은 100년전 식수가 부족해 주민들끼리 충돌이 잦았다. 귀한 물과 풍요를 위해 정월 초하루 천제를 지냈다. 걷다보니 마을 정상이다. 큰 표지석은 책장을 넘기는 설치미술이다. 소나무숲이 하늘을 찌른다. 목이 아파서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다. 정자는 건너편 묵호등대와 항구, 바다, 그리고 산 밑으로 내려 지은 집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가을바람에 솔 향기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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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지구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조성된 거점센터 표지판. 만화책방 등 시설이 10월말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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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한도서관, 연필뮤지엄, 책방마을 중간에 소나무 숲으로 둘러 쌓인 독서공원이다. 주변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이 소나무숲 임을 알려주고 있다.

◇동호책방마을 포인트는 주변 역사문화 환경과 자연스러운 연결
마음을 차분히 하고 동호책방마을을 바라보았다. 카페 만화방이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박스안에 쌓인 한 권의 책을 뽑았다. '낄낄빠빠~' 표지만 봐도 즐겁다. 추억의 만화책이다. 여행와서 오랜만에 책으로 된 만화를 본다. 누워서 책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정하연 도시정비과장은 "고교 시절 교복과 모자도 드릴까요"라며 웃었다.

과거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만화책과 무협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던 동네 풍경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곳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책·문화·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10월말 완공된다. 야외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포인트를 줬다. 펀(FUN)공간은 다양한 만화 장르로 채워진다. 과거 출판사, 인쇄소의 흔적을 담은 작은 전시와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 조성된다. 새롭게 선보이는 다국어(영어, 러시아, 베트남어 등) 동화애니메이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를 담았다. K-컬처에 심취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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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책방마을 작은공원에서 바라 본 묵호항. 오래된 집과 도시 골목길은 또 다른 설치미술이다. 동해시는 동호도시재생 거점을 이 자리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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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역 앞 골목길은 모두 예술이다. 담장 넘어 온 감, 대추나무, 길가에 놓여진 화분은 동해시민의 선물이다.
◇묵호항을 비추는 동호책방마을
묵호항 뷰가 너무 정겨워 움직이기 싫었다. 하지만 묵호역 골목길을 더 톺아보기로 했다.연필박물관으로 향했다. 어느 MZ세대의 글이 눈길을 끈다. "10년만에 잡아보는 초등학교 때 연필, 기억속에 잊힌…다시는 만날 일 없을거라 생각한 너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이다지도 많구나. <중략> 100년이 지나도 흔적을 복원할 수 있는 흑연심이 생기길 바란다."

"연필이라 우습게 본다구?" 한 권의 책을 쓸 만큼 연필은 가치가 있다. 연필로 그린 작품들이 층별로 다양하다. 테라스에서 묵호역 넘어, 묵호 등대를 바라보는 뷰는 직접 봐야 설명이 가능하다. 주변에는 철도와 함께 한 묵호 관사마을이 있다. 번창했던 묵호를 상징하는 수산물가공공장과 대형 피아노학원은 폐가 상태로 그대로 남아있다. 민간재산이라 어찌할 수가 없다고 한다.아쉬움을 뒤로 하고 묵호바다중앙시장으로 걷다 보니 발한미술관이 다가왔다. 1942년에 지어진 검역소다. 묵호항 개항역사와 관련 역사적 가치가 높아 원형이 보존됐고, 현재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바다 내음이 들어간 음식이 당겼다. 영동지방 음식인 장칼국수를 찾았다. 묵호 주변은 장칼국수가 유명하다. 식당이 20곳은 넘는다. 묵호바다중앙시장 주차장 길모퉁이 홍게칼국수가 눈에 들어왔다. 홍게 향이 달달하면서도 입속에서 사르르 녹는 담백함이 느껴진다.고추장과 홍게가 어우러져 진득하다. 삶은 감자를 넣어 구수한 맛을 낸다. 고추장의 진득한 맛에 부드러움을 더하기 위해 호박을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원한 맛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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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바다중앙시장 골목에 있는 홍게장칼국수집. 주변에는 장칼국수집이 20여개가 밀집해 있다. 장칼국수(고추장사용)는 대표적인 영동지역 토속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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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중앙시장에서 판매하는 동해 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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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묵호항 개항과 함께 개장된 묵호바다중앙시장, 도째비골을 찾는 MZ세대들도 캐리어를 끌고 쇼핑할 정도로 인기다.
◇1943년 묵호항 개항과 함께 들어선 묵호바다중앙시장
시민의 삶의 터전인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림막 부터 설치했고 주차장을 조성했다. 2006년엔 시장상인회와 함께 청년몰, 야시장 등을 만들었다. 상인과 시민의 협조가 컸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지난 여름과 추석 연휴기간 관광객들로 붐볐다.묵호항 부터 어달해변까지 4km 남짓한 거리가 45분이나 걸릴 정도였다.

묵호항은 묵호에서만 생산되는 먹태(일명 묵태),대게, 홍게, 가자미, 문어, 골뱅이와 자연산 횟감 등이 풍성하다. 특히 시장에서 직접 고르고 주변 식당으로 가면 바로 조리 해준다. 싱싱함이 느껴지는데다 가성비도 최고다.

택시기사 이 모씨는 "동해에서 20년 넘게 운전했다. 어달리항부터, 도째비골, 논골담길, 무릉별유천지 등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특히 지난 여름철과 추석에 많이 몰려왔다. 특히 MZ세대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제 심 시장은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지역경제 회복은 물론 사회복지, 의료, 교육, 문화예술, 생활체육, 기업유치 등 챙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하지만 이웃 삼척은 인구가 6만명 인데 예산은 1조원, 반면 동해는 9만명이지만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아쉬운 대목이다.

<이 기사는 동해시와 아시아투데이가 공동으로 기획한 기사입니다.>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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