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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국회 앞 늘어선 근조화환…개미 울린 ‘5000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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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성 기자

승인 : 2026. 07. 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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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의사당 앞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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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피'를 바라보던 코스피 지수가 5000선으로 추락한 2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근조화환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개인투자자 단체가 보낸 이 근조화환들은 이번 급락장이 남긴 상처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번 급락에 대한 증권가 안팎의 진단은 저마다 갈립니다. 일각에선 빚까지 낸 개인들의 광기 투자를, 한편에선 객관성을 잃은 채 목표가를 경쟁하듯 끌어올린 증권사 리포트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가장 냉정했어야 할 금융당국이 1만피라는 숫자에 취해 고위험 상품을 푼 게 결정적이었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개인들의 투기는 가공할 수준이었습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개인의 레버리지 ETF 투자 손실액은 56조원을 넘습니다. 급락장 속에서도 '언젠간 오를 것'이라는 심리에 개인들은 SK하이닉스에만 23조 2700억원을 퍼부었지만, 평균 매수가(228만원) 기준 손실률은 40%에 근접했습니다.

폭락장 속에서도 개인들이 맹목적인 추매에 나선 배경에는, 상승장 내내 목표가를 연이어 상향한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있었습니다. 주가가 치솟을 땐 경쟁적으로 목표가를 올려 잡으며 '더 갈 것'이라는 낙관론을 심어주더니, 막상 주가가 고꾸라지자 기업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음에도 뒤늦게 목표가를 깎아내리며 개미들의 발등을 찍고 있는 탓입니다.

29일 미래에셋증권의 SK하이닉스 리포트가 대표적입니다. 리포트는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 원을 넘어서고 메모리 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등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목표주가는 기존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33%나 깎아 내렸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업계 전반의 주가가 하락했으니 목표순자산비율(PBR)을 기존 6.5배에서 4.6배로 낮춰 적용했다는 설명입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기업의 목표가를 '다른 기업들 주가가 빠졌다'는 명분으로 하루아침에 140만원이나 하향한 것입니다. 시장에서 "분석이 아닌 뒷북 추종"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오는 배경입니다.

더 서글픈 점은 개미들이 40%의 손실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동안, 여의도 증권가는 웃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맹목적인 추매와 레버리지 거래 폭증 속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막대한 위탁·운용 수수료를 챙기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과열을 통제해야 할 심판이 오히려 레버리지 ETF 출시를 주도하며 투기판을 깔아줬기 때문입니다. 최근 노무라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수십조원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국민연금마저 수급 지원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었습니다. 수급 공백 속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개인들의 자금이 쏠리며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됐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당국은 '우리 증시만 빠진 게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국회 앞 근조화환들은 심판이어야 할 당국이 판을 어지럽히고, 금융권이 개미들의 피눈물 위에서 수수료 잔치를 벌이고 있는 지금 시장의 비극적 단면을 명확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한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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