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김대년의 잡초이야기-53] 이름 바꿔주세요 ‘며느리밑씻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1801000983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9. 18. 18:07

(53) 며느리밑씻개 그림
며느리밑씻개 그림
우리 들풀 이름은 순우리말로 지어진 예쁜 것들이 많지만 듣기도 부르기도 거북한 이름도 적지 않다. 더구나 일제강점기에 악의적으로 지어진 이름이 지금껏 사용되고 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표적인 잡초 이름이 '며느리밑씻개'이다. 며느리밑씻개의 본래 이름은 '사광이아재비'다. 며느리밑씻개와 매우 닮은 '며느리배꼽'의 옛 이름이 '사광이풀'이므로, 선조들은 이 풀을 사광이풀의 친척 쯤으로 인식해 '사광이아재비(아저씨)'라고 불렀던 것이다. 여기서 사광이는 '살쾡이'를 뜻하는데, 두 종류의 풀 모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사납고 매서운 이미지의 살쾡이를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느닷없이 사광이아재비는 며느리밑씻개로, 사광이풀은 며느리배꼽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못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가시 돋친 이 풀로 용변 후 뒤처리를 시켰다는 며느리밑씻개는 이름 자체가 고약하다. 일본에서는 이 풀을 '의붓자식밑씻개'라고 부른다는데 멀쩡한 우리 이름을 놔두고 슬쩍 단어만 바꿔 '며느리밑씻개'라고 고쳐 놓은 의도가 참으로 불순하고 악의적이다.

우리 풀 '사광이아재비'와 '사광이풀'은 척박한 땅에 그늘을 만들어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기특한 역할을 한다.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야생초이기에 당연히 식용으로, 약용으로 두루 쓰이는 고마운 잡초다.

말 못 하는 풀이라고 비하와 멸시가 가득한 이름을 함부로 붙여줘서야 되겠는가! 하루빨리 망칙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을 본래 이름인 '사광이아재비'로 바꿔 분홍색 별모양 꽃이 예쁜 이 풀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어야겠다.

/ 화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