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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지털자산, 처벌에서 질서로 ··· 제도 정비가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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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16. 13:49

이영하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미 국민경제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았다. 수백만 명의 국민과 기업 등이 함께하는 거대한 생태계로 성장했지만, 회계기준과 세법 공백으로 인한 시장 혼란과 분쟁이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이전과 2025~2026년 세금 유예기간 사이임에도 명확한 제도 부재를 틈타 다수의 세금 추징과 형사 고발이 이루어지면서 산업 전반에 위축을 가져온 점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미 디지털자산의 회계·세법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도 더 이상 처벌 중심의 사후 대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 투자자 보호와 산업 성장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


발행사가 상장 전 투자자에게 배정한 프라이빗 세일(Private Sales), 창업자·임직원에게 부여된 팀 배정 물량(Internal Holdings), 그리고 회사가 보관하는 예비 토큰(Reserve Holdings)은 발행사 내부에서 자본조달 또는 보관의 성격으로 회계 처리됐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이를 매출 또는 상여·증여로 해석해, 2025년 이전에는 수백억 원대의 세금 추징과 개인 및 법인의 형사 고발이 발생했다. 이런 회계 및 세법 기준 불명확성과 예기치 않은 법적 분쟁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막대한 부담이자 산업 성장 저해 요인이다.

이 같은 제도 공백의 근본 원인은 명확한 회계기준과 세법 조문의 부재, 그리고 투명한 공시제도의 결여에 있다. 발행사들은 자본조달과 매출 구분 기준이 없어 자의적으로 판단했고, 과세당국은 기존 법률 틀에 맞추어 무리한 추징과 형사처벌을 남발했다. 동일한 거래라도 과세 여부와 유형에 차이가 생기는 모순 사례가 빈번했다.

국제사회는 이미 이와 같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명확한 회계 및 세법 원칙을 확립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는 프라이빗 세일을 계약상 의무가 있으면 매출, 없으면 자본거래로 구분하며, 임직원에게 부여된 토큰은 주식기준보상(IFRS 2)으로, 법인(발행사) 보관분은 재고자산 또는 무형자산(IAS 38)으로 분류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각각 발행사에게 투자설명서와 공시 의무를 엄격히 부여하고, 무상교부 및 임직원 배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과세 체계를 유지한다.

한국은 2025~2026년 유예기간 동안 개인 가상자산 양도소득세 부과를 유예했지만, 2025년 이전과 유예기간 내 발생한 과거 거래에 대한 추징과 고발은 지속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장 신뢰 저하를 초래했다. 따라서 명확한 회계 및 세법 제도 마련과 함께 과거 불확실성으로 피해 입은 기업과 개인을 보호할 '안전지대(Safe Harbor)' 및 '자진 개선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안전지대 도입 없이는 진정한 산적 현안 해결과 시장 안정화는 어렵다. 프라이빗 세일 계약상 의무가 명확하다면 매출로 확정하고, 팀 배정 물량에 대해서는 상여와 증여 간 법리적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예비 토큰 역시 별도 공시 의무와 투명한 현금화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법인세·소득세·증여세 간 과세 경계도 명문화해 모순된 과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단순히 기업과 투자자 보호뿐 아니라 투자 신뢰 형성과 세수 안정화, 국제 신뢰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전략적 선택이다. 무엇보다 '처벌 위주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하는 법·제도 운영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된다.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투기 수단이 아니다. 국민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성장할 지금, 불명확한 규제가 기업과 투자자를 불필요한 법적 분쟁 속에 몰아넣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디지털자산은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 업계 모두가 힘을 모아 명확한 회계기준, 세법 정비, 투명한 공시체계 구축, 그리고 과거 분쟁에 대한 실질적 구제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한국은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신뢰받는 리더로 우뚝 설 것이다. "디지털자산, 이제는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투명성과 신뢰의 빛으로 나아갈 때다."

/이영하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前 감사원 특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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