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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통령 앞에만 서면 주눅드는 지자체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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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5. 09. 04. 06:00

아시아투데이_주성식
주성식 전국부장
"대통령 앞에서는 즉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1일 한 지상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홍규 강릉시장과 관련한 진행자의 질문에 '약간의 한숨과 함께' 털어놓은 답변이다.

앞서 김 시장은 지난달 30일 극심한 가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강릉을 찾은 이 대통령이 저수율이 크게 떨어진 오봉저수지의 원수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냐는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수장 확장이 필요하지 원수 확보 비용은 (필요)없다"는 식의 동문서답을 거듭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심지어 이런 모습을 보다못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이 대통령이 던진 질문의 취지를 김 시장에게 다시 한번 일러주며 "원수도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별무소용'이었다. 게다가 "9월에는 비가 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는 발언을 해 이 대통령으로부터"하나님만 믿으면 안된다"는 핀잔을 듣는 모습까지 TV 뉴스를 통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공개돼 더 뭇매를 맞았다.

강 시장이 소속 정당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의 즉답이 쉽지 않다"며 김 시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그 또한 지난 6월 25일 광주시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재 타운홀미팅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터라 '동병상련'의 마음도 읽힌다.

당시 강 시장은 AI(인공지능)와 모빌리티 산업이 융합된 '직주락' 신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우선 당장 필요한 지원 요청사항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사업추진 당위성만 강조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어떻게 지원해달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날 방송에서 강 시장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해 "어마어마한 절대 권력"이라며 "그 앞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이라도 순간적으로 답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현안은 사전에 준비된 답변을 준비하지 않으면 갑론을박이 돼 버린다"며 "어떤 이야기를 해야 도움(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섣불리 대화를 못한 것"이라는 변명을 재차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비록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해도 대통령의 자리가 주는 무게감은 그의 말마따나 섣부른 대화를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뭄이든 AI·모빌리티 산단 조성이든 지역 현안을 두고 만난 자리에서 해당 지자체장이 대통령보다 내용 파악이 덜 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곤란하다.

'인간사에 100% 정답은 없다'지만 같은날 강 시장과 함께 타운홀미팅에 참석했던 김산 무안군수가 보여줬던 모습은 앞으로 또 지역 현안을 놓고 이 대통령을 만날 다른 지자체장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군수 역시 자신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마이크를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도 될지 미리 양해를 구한 후 군공항 이전이라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또박또박 명확하게 전달했다.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로 긴장할 것에 대비해 미리 원고를 준비하는 자세라면 대통령 앞이라고 해도 주눅이 들 이유가 없지 않을까.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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