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유턴...스탈린주의 경제 작동, 돼지가 날게 하는 것"
"위기 시기에 경제·주민 통제력 높이려 해"
"주체이념 실행, 경제상황 악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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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북한 경제는 제재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적 고립으로 피폐해지고 있고, 김정은은 통렬히 비난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WP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회의에서 최근 경제계획이 엄청나게 실패했다고 불평하고, 겁에 질린 표정의 대의원들에게 소리치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핵심층들에게 혁신적인 시각과 분명한 전술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전혀 놀랍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막기 위한 국제 무역에 대한 자발적인 봉쇄라는 조합으로 북한 경제가 20여년 만에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중국과의 국경 봉쇄로 플랜트 부품을 수입하지 못해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화학비료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가동이 최근 중단됐고, 발전소의 노후화로 만성적인 전력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대사는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수입 자재·원자재·부품이 없어 많은 기업이 멈춰 섰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며 “평양에서 밀가루·식물성 기름·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사기 어려워졌고, 겨우 맞는 옷과 신발을 구해도 가격이 봉쇄 이전보다 3~4배 비싸다”고 말했다.
WP는 이 같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김 위원장의 대응이 상황을 너무 나쁘게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를 다시 부과하려는 시도는 제한된 자원을 모으려는 욕구 때문에 부분적으로 추진될 수 있지만 단순히 불안감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대응은 ‘극적인 유턴’이라며 “김 위원장이 온건적 경제·시장개혁에도 등을 돌리고 북한 혼합경제의 버팀목인 민간 기업가의 활동을 단속하려는 중앙계획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레닌주의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요즘 스탈린주의 경제를 작동시키는 것은 돼지가 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만큼 희망이 없다”며 “그는 아마도 이해하겠지만 통제력을 잃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위기의 시기에 경제와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폐막한 노동당 제8차 회의에서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와 질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데 당적, 국가적 힘을 넣어야 한다”며 “경제력을 타산 없이 분산시킬 것이 아니라 철강재 생산과 화학제품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는 데 최대한 합리적으로 동원·이용할 수 있게 경제 작전과 지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는 반사회주의와의 투쟁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 현상이 일심단결을 저해하는 악성종양이라며 “중앙으로부터 도·시·군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연합 지휘부를 조직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 투쟁을 한 선에서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집중적으로, 다각적으로 강도 높이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중앙계획과 자립 주체철학으로 돌아선 것은 중국과의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 경제에 비현실적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벤저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객원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국가통제 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개혁 착수를 꺼리고 있다며 “남은 것은 관료들이 그들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체제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재 이전에는 (북한) 경제가 상당히 개방적이었다”며 “김 위원장이 ‘주체 이념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주민들은 고무하려고 하지만 실제 이를 실행하려고 한다면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