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박 회장 장남 홀로 승진
"특수관계 해소" 이사진 교체 요구
10년전에 회장 독단 경영에 항의
2년전 박찬구 재선임안 '기권표'
승계구도 놓고 '갈등의 골'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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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호석유화학에서 일어난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른바 ‘조카의 난’으로 불리는 금호석화의 분쟁은 박찬구 회장 일가와 박철완 상무의 대립 구도를 띠고 있다. 재계는 금호석화가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분리한 이후 박 회장과 박 상무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져왔다고 봤다.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는 얘기다.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호그룹의 형제경영부터 살펴봐야 한다. 금호그룹은 과거 형제경영의 모범 사례로 뽑히는 곳이었다. 창업주인 故박인천 회장의 장남 故박성용 명예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은 이후 동생들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는 형제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어 둘째 故박정구 회장, 셋째 박삼구 회장까지 잡음 없이 승계가 이뤄졌다. 하지만 2009년 박삼구 회장과 넷째 박찬구 회장이 ‘형제의 난’을 벌였고, 2015년 박찬구 회장이 석유·화학사업을 가지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분리하며 금호가(家)의 형제경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은 10여 년 만에 경영권 분쟁을 다시 겪게 됐다. 이번에는 ‘조카의 난’이다. 박 상무는 故박정구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박 상무는 공시를 통해 삼촌인 박 회장과의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알렸다. 또한 배당금을 1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올리고,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진 5인을 교체할 것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회사 측에 발송했다.
박 상무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1인 명의의 최대 지분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 상무는 금호석화의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박 회장의 지분은 6.69%에 불과하다. 다만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전무(7.17%) 등의 지분을 합할 경우 박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더욱 높다.
박 회장 일가와 박 상무가 금호석화에서 함께 근무하기는 했지만, 실상은 불안한 동거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형제의 난이 벌어졌을 때 박 상무는 박찬구 회장이 아닌 박삼구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2010년 그룹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박삼구 회장과의 관계가 어긋났다. 이후 입지가 약해진 박 상무를 챙긴 이는 박찬구 회장이다. 당시 박 상무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구 회장이 박 상무를 챙겼던 2010년 박 상무는 박 회장이 독단적으로 경영한다는 취지의 항의 서한을 산업은행에 보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의견이 묵살된 이후 10여 년간 잡음은 없었지만, 박 회장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앙금은 박 상무가 2019년 주주총회에서 박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기권표를 던지면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건 지난해 7월 단행된 그룹 인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는 승진한 것과 달리 박 상무는 승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불안한 동거가 지난해 임원 인사를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박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어서다. 박 상무 입장에서는 부친이 일찍 작고한 후 경영수업도 받지 못하고 삼촌들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수도 있다. 금호석화의 최대주주이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못했던 탓에 불만이 쌓여왔을 것이란 해석이다.
경영권 분쟁은 다음달 열릴 금호석화 주총에서 표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 일가가 박 상무보다 지분율은 높지만 박 상무 역시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표 대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백기사에 매각할 경우에는 박 상무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박 상무가 승진하지 못하면서 숙부와 조카 간의 지분 정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