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미국 측 조치로 유발...미, 중국 측 원인 제공 강조
폼페이오 미 국무, 중국 대신 중공, 시진핑 '프레지던트' 대신 '총서기'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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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에 폐쇄할 것을 요구, 24일 오후 총영사관이 철수하자 곧바로 접수했다. 이에 중국은 24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로 맞대응했다.
이로써 미·중이 1979년 국교 체결 이후 상대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와 베이징(北京)에 설치한 대사관 외 5개 지역에서 운영하던 총영사관 수는 4개로 줄어들게 됐다.
◇ G2 미·중, 총영사관 폐쇄 카드로 맞대결
이번 조치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3일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이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탈취의 중심지였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중국 공산주의와 자유 세계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겨냥, “시 주석은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비판했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다음 날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과의 영상회담에서 “미국의 목적은 중국의 발전과정을 철저히 끊으려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마지노선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의 일부 반중 세력은 음모를 꾸미고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만들었다”면서 “타국들에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 줄을 서도록 공개 협박했고, 미국의 사익을 위해 중국에 대항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왕이 국무위원은 “현재 미·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은 완전히 미국 혼자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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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언급은 미·중 갈등이 미국 측의 조치에 따른 것이고, 미국이 다른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반(反)중국’ 전선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확한 지적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중국 강경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 측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이 매년 수천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지식재산권 침해·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국영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울러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은 중국이 불법적으로 남중국해 약 90%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인공섬을 군사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전 세계 5세대 이동통신(5G) 구축에서의 중국 화웨이(華爲) 통신장비 배제 압박은 화웨이가 수집한 정보를 중국 공산당(CCP)에 제공,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 폼페이오 미 국무, 중국 대신 중국 공산당...시진핑 ‘주석(President)’ 대신 ‘총서기(General Seretary)’ 사용
이 같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 강경정책을 이끄는 폼페이오 장관은 시 주석(President)을 중국 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라고 지칭하고, 중화인민공화국(PRC) 명칭 대신 중국 공산당을 자주 사용한다.
이와 관련,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미국 관리들이 시진핑을 ‘주석’ 대신 ‘총서기’로 변경해 부르고 있다”며 시 주석을 ‘주석’으로 호칭하면서 정중하게 대하던 폼페이오 장관이 2019년 하반기부터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점차 시 주석을 ‘총서기’로 지칭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5월 3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총서기는 그의 군사적 능력을 증강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했고, 1일엔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대해 “시 총서기가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세계로부터 단절된 어떤 것에 그의 국가를 더 가까워지게 하고 싶은지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권위주의 체제이며, 시진핑은 공산당의 총서기”라고 표현했다.
◇ 전문가 “미, ‘주석’ 대신 ‘총서기’ 사용, 시진핑, 대의제 정부 지도자 아닌 독재·권위적 정부 지도자라는 것”
전문가들은 시 주석에 대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호칭 변화에 대해 미중 갈등 상황을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시 주석 통치를 부당화하고 중국 공산당과 인민 사이의 틈을 벌리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아시아정책연구소(NBR)의 앨리슨 스잘윈스키 부소장은 SCMP에 “미국 행정부가 ‘총서기’ 사용으로의 변화를 매우 의도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들은 대의제 정부의 지도자와 독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지도자를 구별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로빈 클리블랜드 의장은 “선출되고 시민사회와 전 주민의 정치적 지지를 누리는, 자유민주주의적 의미에서는 그(시 주석)가 대통령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이 핵심”이라며 “그는 사욕을 추구하는 당의 꼭대기에 앉은 권위주의적 독재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표현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USCC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시 주석을 ‘프레지던트’가 아닌 ‘총서기’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지던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에 의해 지도자가 선정됐을 때 사용하는 호칭이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 내부 권력투쟁의 승자에게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