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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실질적 수장’ 라리자니의 최후…이스라엘 참수 전략과 호르무즈의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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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18. 05:03

이란, 권력 공백 속 정권 급진화…온건파 가교 붕괴에 혁명수비대 독주
노출된 지휘부·봉쇄된 벙커…정밀 타격에 흔들리는 이란군 체계
호르무즈 해협 봉쇄·유가 급등 속 전쟁 배상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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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부터)·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알리 라리자니 의회 의장·사데크 라리자니 사법부 수장이 2017년 2월 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6회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봉기) 지지 국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으로 알리 하메네이의 저작 보존 및 출판 센터 공식 웹사이트에서 캡처한 사진./AFP·연합
이란 전쟁이 18일째로 접어든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이란의 안보 수장이자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후 사실상 전시 지도자 역할을 해온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란 지도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전쟁의 향방이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라리자니와 함께 바시즈 민병대 수장 골람레자 솔레이마니도 제거했다고 밝혔고, 이란은 솔레이마니의 '순교'는 확인하면서도 라리자니의 안부는 공식 확인하지 않은 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맞서고 있다.

Iran Ali Larijani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2025년 8월 1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 밖에서 쌀를 뿌리면서 환영하는 무정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AP·연합
◇ [권력의 공백] 이란 '실용주의 사령탑' 제거…강경파 득세에 멀어지는 종전

라리자니 제거 발표는 지난달 2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 권력 공백 속에서 그 핵심부가 입은 가장 중대한 추가 타격으로 평가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라리자니가 하메네이 사후 막후에서 이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인물이었다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서방과 대화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실용주의자이면서도 전쟁 수행과 내부 통제를 함께 조율해 온 핵심 인물이었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정권이 예전보다 힘은 약해졌지만, 더 강경해졌고, 전후 시나리오도 '잔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권'이 테헤란을 장악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를 전했다. 라리자니가 군 강경파와 상대적 온건 세력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부재는 정권의 급진화를 가속화하고 향후 종전 협상 통로를 더 좁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지명된 뒤 첫 외교·안보 회의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하며 배상금을 지불하기 전까지는 평화의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WP가 지적한 전후 배상금 문제와 맞물린다. WP는 미국의 대(對)이란 작전 전비가 최소 120억달러(17조8300억원)에 이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미국이 석유를 얻어낸 '베네수엘라 모델'을 종전 시나리오로 언급한 사실을 전했다. 이처럼 현재 이란 측은 배상과 체제 보장을, 미국 측은 무조건적 항복과 보상 성격의 경제적 이익을 각각 염두에 두고 있어 종전 협상은 더 꼬일 가능성이 크다.

전쟁의 경제적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형 천연가스전을 공격해 화재를 일으키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약 102달러까지 상승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약 45% 상승했고,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흐름의 약 20%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전비와 유가·물가·배상 문제가 맞물리면서 이번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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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란 여성이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베헤슈트-에 자흐라 묘지에서 아들의 묘비 옆에서 슬픔에 잠겨 있다./로이터·연합
◇ [표적 사살] 이스라엘군, 테헤란 은신처 정밀 타격, '그림자 통치자'의 종말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의 핵심 성과로 라리자니 제거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전날 밤사이 공습으로 라리자니가 제거됐다고 발표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별도 영상 메시지에서 이를 확인했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l)은 이스라엘군이 테헤란의 은신처 아파트를 정밀 타격해 라리자니를 노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는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라리자니의 운명이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라리자니가 하메네이 사후 이란 정권의 실질적 지도자로서 이스라엘과 역내 국가들에 대한 전투를 진두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이란 내부 시위 유혈 진압과 학살도 직접 감독했다고 주장했다. WSJ도 그가 이란의 전쟁 대응과 국내 통제를 동시에 맡아온 중추적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라리자니는 전직 국회의장과 핵 협상 대표를 지낸 베테랑 정치인이자, 최근에는 대외 협상과 전시 조율, 국내 억압을 함께 담당해 온 인물로 평가돼 왔다. NYT는 그의 제거가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실용주의자의 퇴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당국은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미국 공격으로 침몰한 호위함 데나호 승조원들을 추모하는 라리자니의 수기 메모 사진을 공개했다. TOI는 이 메모가 이스라엘 발표를 반박하거나 라리자니의 생존을 입증하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이란 국영 매체가 관련 없는 수기 메모를 공개했을 뿐, 이스라엘 발표를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Iran US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이란 바시즈 민병대 사령관이 2019년 11월 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AP·연합
◇ [내부 통제 타격] '체제의 촉수' 바시즈 수장 제거…혁명수비대 통제력 시험대

TOI는 솔레이마니가 테헤란 인근에 설치된 텐트 캠프에 머물던 중 부관과 다른 고위 간부들과 함께 타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혁명수비대 운영 매체인 세파 뉴스는 이날 "바시즈 민병대의 수장인 골람레자 솔레이마니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순교했다"고 전했다.

바시즈는 혁명수비대 산하에서 시위 진압·내부 감시·정보 수집·종교 경찰 역할·예비군 임무를 담당하는 '체제의 촉수' 조직으로 평가된다.

AP통신은 라리자니와 솔레이마니 두 사람이 모두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약 3주 동안 진행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 탄압과 깊이 연결된 인물들이었다고 짚었다. 이는 WP가 전한 '전시 상황을 이용한 혁명수비대의 국내 통제력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이스라엘군은 솔레이마니 지휘하의 바시즈가 시민에 대한 가혹한 폭력과 무분별한 체포를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TOI는 최근 시위가 격화한 기간에 바시즈가 핵심 진압 작전을 수행했다고 전했고, AP는 솔레이마니가 국제 제재를 받아온 인권 탄압 책임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하메네이 관저
이스라엘 방위군(IDF)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테러 정권 본부에 대한 대규모 공습 장면이라면서 공개한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AFP·연합
◇ [정보전의 승리] 노출된 이란 지휘 체계, 흔들리는 군사 시스템

이스라엘군 수뇌부는 이번 작전이 이란 군사 기구의 심각한 약화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슐로미 빈더 이스라엘군 정보국장(소장)은 이란 군사 장치가 '심각한 압박 상태'에 빠져 있으며, 자신들의 지휘 체계가 얼마나 노출됐는지 이란이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고 TOI는 전했다. 또 이란의 지하 미사일 벙커는 매일 봉쇄되고 있어 대규모 발사가 어려워졌고, 보안 인력 상당수는 미·이스라엘 전투기를 두려워해 외부 활동을 꺼리고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번 작전으로 전쟁 성과와 군의 임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제거 성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다만 WSJ는 이런 누적 타격이 이란 정권을 곧바로 붕괴시키는 결정타는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도부가 공개 활동을 줄이고 의사소통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혁명수비대의 조직력과 병력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 [에너지 인질극] 해협 봉쇄와 가스전 공격…이란의 위험한 '에너지 도박'

이란은 지도부 공백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지역 공격으로 맞서고 있다. 로이터는 호르무즈가 여전히 대부분 봉쇄된 상태이며,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구 선적이 부분적으로 중단됐고, 아부다비의 샤 가스전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UAE 대형 가스전 공격과 해협 봉쇄가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이 해협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미국이 장기전에 본격 진입하기 전에 발을 빼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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