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방법원은 양산시체육회가 양산시복싱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한 이사회 결의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협회의 모든 권리와 권한이 즉시 정지되고 회장과 임원도 직무에서 배제된다. 종목단체에는 사실상 최고 수위의 제재다.
그처럼 무거운 결정을 내리면서 양산시체육회가 지킨 절차는 무엇이었나. 법원 판단에 따르면 지정 사유와 지정일, 효력조차 제대로 통지하지 않았다. 정식 이사회가 아닌 서면결의로 처리했고 상급 종목단체와의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제재의 근거로 내세운 예산·결산, 정관 변경, 경영공시 의무 위반 주장도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가 결의에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시한 이유다. 절차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제재를 정당화할 실체적 근거마저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국민 세금이 투입된 체육대회 회계 앞에서 양산시의 태도는 놀라울 만큼 느슨했다.
일부 체육단체는 참가비 등 대회 수익금을 공식 사업계획과 정산에서 누락했고, 단체 계좌가 아닌 개인 명의 통장으로 받아 사용했다. 수익금의 발생부터 지출까지 투명하게 확인해야 할 보조사업 회계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양산시는 이를 장기간 바로잡지 못했다.
양산시 체육지원과 관계자의 해명은 더 허탈하다. 단체마다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이 달랐고, 사업계획서에 참가비가 적혀 있지 않아 별도 수익이 없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해 몰랐다는 설명도 내놨다.
보조금을 교부하고 정산해야 할 행정기관이 제출된 서류만 믿고 실제 참가비 수납 여부와 자금 흐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단순한 착오가 아니다. 감독 책임의 방기다. '관행이라 몰랐다'는 말은 면책 사유가 아니라 부실한 행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말에 가깝다.
더구나 문제가 드러난 뒤에야 수익금 전용 통장을 만들도록 하고 모든 수입을 사업계획과 정산에 포함하라고 교육했다. 공적 대회 수익금을 개인 계좌로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회계 투명성을 위한 최소한의 상식이다. 사후 교육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누가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았는지, 누락된 수익금은 얼마인지, 자금이 실제 어디에 사용됐는지부터 철저히 밝혀야 한다.
물론 복싱협회 관리단체 지정은 양산시체육회의 결정이고, 보조금 관리 부실은 양산시의 책임이다. 법적 주체는 다르다. 그러나 시민 눈에는 모두 양산 체육행정을 구성하는 하나의 책임 체계다.
한쪽에서는 충분한 근거와 절차도 없이 종목단체의 권리를 전면 정지시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민 세금이 투입된 대회의 수익금이 개인 계좌로 흘러가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제재 대상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자신들의 감독 책임에 적용하는 잣대가 이렇게 달라서야 행정의 공정성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양산시체육회는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항소는 권리다. 하지만 판결이 지적한 절차적·실체적 하자에 대한 책임까지 항소심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양산시 역시 권익위원회의 통보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체 감사를 통해 누락된 수익금과 관리 책임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
규정은 마음에 들지 않는 단체를 누르는 칼이 아니며, 관행은 감독 부실을 가리는 방패가 아니다. 양산시 체육행정에 지금 필요한 것은 항변도, 뒷북 교육도 아니다. 자신들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