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상용환경 지급결제 검증…신한 비자와 협업
발행권보다 ‘발행 이후’ 사업모델 선점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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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처는 기술검증의 건수보다 이를 실제 금융서비스의 전 과정으로 얼마나 연결했느냐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기 시작했을 때 은행계좌와 연결하고 결제·송금·외환·수탁 등 기존 금융서비스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어야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서다. 은행들이 법안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기술검증과 글로벌 제휴, 디지털자산 인프라 확보에 나서는 배경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의 준비 경쟁은 글로벌 결제망과 전문 수탁 인프라까지 넓어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비자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송금·상환 기능을 검증하고 카드대금 정산과 B2B·B2C 결제 사업 확대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하나금융과 비트고가 공동 설립한 비트고코리아도 지난달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마치며 기관·법인 대상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을 추진할 기반을 갖췄다.
KB금융의 강점은 검증 범위다. KG이니시스·카이아·오픈에셋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오프라인에서 결제한 뒤 가맹점에 정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송금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뒤 베트남 현지 은행계좌로 보내는 과정까지 구현했다. 결제나 송금의 특정 기능을 개별적으로 시험하는 수준을 넘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이후 실제 자금 이동 전반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업 기회를 특정 영역으로 한정하기보다 발행, 결제·송금, 지갑, 수탁 등 스테이블코인의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은행의 강점을 활용해 수행 가능한 역할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상용화 근접도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7월 쿠팡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부터 가맹점 실시간 정산,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를 바꾸는 온·오프램프까지 전 과정을 상용 서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검증했다. 국내에서 이 같은 전 과정을 상용 서비스 환경을 기반으로 검증한 첫 사례로, 지급결제 분야에서는 실제 서비스에 가장 가까운 형태까지 실증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해외송금과 외환에서도 경쟁이 붙고 있다. 신한은행은 유럽 측 금융·인프라 기관과 진행하는 '프로젝트 판게아'를 통해 원화·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송금·정산 구조를 검증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거래의 자금세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온체인 모니터링 체계도 은행권 최초로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와(GIWA)를 활용해 국내외 지점 간 기존 SWIFT 송금 전문을 블록체인 메시지로 대체하는 외화송금 기술검증을 마쳤다. 하나은행은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충분한 유동성과 신뢰를 확보할 경우 역외 원화 거래와 원화 유동성 공급, 기업·금융기관의 환위험 관리까지 활용 가능성을 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활용처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단계로 보인다. 아톤, 뮤직카우와 해외 팬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K팝 저작권 토큰증권(STO)에 청약·투자하는 시나리오를 검증했고, NHN KCP와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정산 구조를 공동 설계하고 가맹점·플랫폼 네트워크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기술검증이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발행·유통 전반의 제도적 기준이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서비스 출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향후 법령과 감독기준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업자에게 요구되는 세부 요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발행 주체와 참여기관의 역할·자격 요건, 준비자산의 구성·관리기준, 환매·상환 의무, 이용자보호 체계 등 제도적 기준이 명확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