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검사수첩] 단순 수사정보 유출 아니었다…檢 보완수사가 밝혀낸 경찰·탐정 ‘뒷거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26010008849

글자크기

닫기

수원 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8. 27. 05: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고형근·정종민 수원지검 형사1부 검사
탐정에 대가 없이 정보제공 진술 의심
보완수사 끝에 금품 오간 사실 밝혀내
정보마다 가격 매겨 상품처럼 판 경찰도
수원지검 고형근, 정종민 검사
수원지검 고형근(변호사시험 5회, 사진 왼쪽), 정종민(변시 10회) 검사가 지난 20일 수원지검에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 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민훈기자
현직 경찰관의 단순 수사정보 유출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경찰과 사설탐정 간 '수사정보 뒷거래'가 검찰의 보완수사 끝에 실체를 드러났다. 경찰 수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금품 거래를 추적한 검찰은 수사정보가 탐정들을 거쳐 거래되고, 또 다른 현직 경찰관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유형에 따라 '단가표'로 만들어 판매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3월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3월 3일 A 경찰서 소속 조모 경감(47)을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형사1부 검사들은 기록을 살펴보다 석연치 않은 대목을 발견했다. 조 경감이 징계와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배정보를 넘겨준 이유였다. 안모 사설탐정(63)의 부탁만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접속해 대가 없이 수배자 정보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웠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 경감은 안 탐정과 친분이 깊지 않았으며, 조 경감이 무단으로 조회한 대상자는 조 경감과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다. 또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조 경감의 주장만 확인됐을 뿐 대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 경감과 안 탐정의 계좌거래내역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검찰 송치 직전 조 경감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조 경감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렌식을 하지 않은 채로 돌려줬다. 이후 조 경감은 휴대전화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처분했다.

검찰은 수배정보 누설에 대가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조 경감에게 계좌거래내역을 임의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조 경감은 이를 거부했다. 이 사건을 맡은 전성환 검사(변호사시험 2회), 고형근 검사(변시 5회), 정종민 검사(변시 10회), 김기홍 검사(변시 12회·현 밀양지청)는 조 경감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경찰 단계에서 대가 관계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돈과 수사정보의 흐름'을 쫓기 시작했다. 이들은 조 경감이 유출한 정보를 받은 수배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돈이 오갔는지 살폈다.

우선 검찰은 자신의 수배정보를 의뢰한 이모씨가 경찰 조사에서 '김모 사설탐정(41)으로부터 나의 수배정보를 받았다'라는 진술과 김 탐정이 수배자로부터 수배정보 조회 대가로 15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김 탐정이 받은 1500만원이 어떤 식으로든 조 경감에게까지 흘러갔을 것이라고 의심해 계좌영장을 발부받아 조 경감의 수배내역 조회 시점 전후로 금전거래내역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안 탐정이 자기 명의 계좌에서 현금 100만원을 인출하고, 곧바로 조 경감이 자신의 계좌에 현금 100만원을 입금한 내역을 포착했다. 게다가 현금인출과 입금이 동일한 은행점포에 설치된 현금인출기에서 이뤄진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수사 범위를 김 탐정으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김 탐정의 휴대전화에서 예상치 못한 자료가 나왔다. 또 다른 현직 경찰관 유모 경사(41)가 보낸 개인정보 '단가표'가 발견된 것이다.

차적조회 15만원, 현재 주소지 확인 10만원, 범죄·수사경력조회 80만원. 경찰 업무용 단말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민의 개인정보마다 가격이 붙어 있었다. 유 경사는 약 5개월 동안 개인정보 20~30건을 건당 8~10만원에 또 다른 김모 탐정(45)에게 판매했으며,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다른 경찰관의 아이디로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재직 중 차명으로 탐정사무소까지 차려 운영하며 개인정보를 상품처럼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경감과 유 경사를 부정처사후수뢰와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거래에 가담한 사설탐정 3명도 함께 기소했다. 고형근 검사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조 경감이 수배정보를 1회 유출한 사안만 기소할 수 있었을 것이며, 다른 경찰관과 사설탐정들의 범행이나 뇌물 범행은 기소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민 검사도 "만약 수배정보의 유출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보라는 취지로 보완수사요구를 한다고 해도, 이미 주요 참고인인 안 탐정과 김 탐정에 대해 경찰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재조사를 하더라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대가를 주고받은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대가성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요구에 따라 경찰이 공정하게 수사를 하더라도, 공소유지를 담당해야 하는 검사의 관점에서 의문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면 계속해서 보완수사요구를 하는 수밖에 없어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검사가 새로 신설되는 사실관계확인권에 따라 관계자들을 조사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어 검사가 유의미한 진술을 청취하더라도 보완수사요구로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내 같은 진술을 청취하도록 해야 한다. 당사자가 여러 수사기관에서 동일한 진술을 반복해야 하는 등 인권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민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